속도제한 해체 프로그램 개발업자·운전자 등 241명 적발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컴퓨터용 프로그램 장비를 이용해 전세버스와 대형 화물차의 속도제한 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한 기계 개발자와 운전기사 등 200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속도제한이 풀린 차량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자동차검사소 16곳도 함께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차량 속도제한 해체 장비 개발업자 A(44)씨와 B(50)씨 등 속도제한 해체업자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또 B씨 등에게 의뢰해 전세버스와 화물차의 제한속도를 풀고 과속 등 난폭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운전기사 198명을, 이들 차량의 정기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자동차검사소 16곳 관계자 30명을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전세버스와 대형 화물차의 속도제한 장치를 푸는 컴퓨터용 프로그램 장비를 만들어 개당 2천만∼3천만원을 받고 B씨 등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이 속도해제 장비를 이용해 고속도로 휴게소나 화물차 차고지 등지에서 운전기사들로부터 20만∼40만원을 받고 5∼10분 만에 제한속도를 풀어줬다.
이들은 A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담긴 장비를 차량 운전석 아래 전자 제어장치(ECU)와 연결해 속도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긴 뒤 제한속도를 재설정했다.
제한속도를 푼 전세버스나 화물차의 운전자들은 경찰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속도가 안나 답답할 때가 많다"며 "내리막에서 속도를 좀 내야 오르막도 쉽게 올라 연비도 좋아진다"고 진술했다.
이들 전세버스 중 상당수는 회사 출퇴근용이나 관광용으로 전국 고속도로를 달렸다. 제한속도를 해제한 뒤 시속 150㎞까지 속도를 낸 버스도 있었다.
자동차관리법상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시속 110㎞ 이하로, 총 중량 3.5t 이상 화물차는 시속 90㎞ 이하로 차량의 전자적 제어장치(ECU)가 설정돼 출고된다. 이는 대형차량의 과속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사업용 대형차량은 우리나라 전체 차량의 6.3%에 불과하지만, 사망 교통사고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교통사고가 나면 일반 승용차나 경차보다 사상자 수가 많고 치사율도 높다.
속도해체 장비를 만든 A씨는 2008년 자동차의 출력을 높이는 '매핑' 기술을 배운 뒤 자동차 프로그램 기술자에게 돈을 주고 속도해체 장비를 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이 장비를 팔아 번 돈은 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B씨 등 속도해체 업자 가운데 일부는 A씨가 만든 프로그램을 복제해 다른 해체업자에게 팔기도 했다.
경찰은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한속도가 풀린 전세버스 등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자동차검사소 16곳도 적발했다. 이 중에는 교통안전공단 직영검사소 2곳도 포함됐다.
이들 검사소 직원들은 제한속도가 해제된 사실을 알면서도 눈으로 대충 검사하거나 검사를 아예 하지 않고 검사증명서를 발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차량의 제한속도를 설정하는 연료 분사 펌프의 납땜 장치를 해체해 속도제한을 풀었으나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차량 ECU를 조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검사소의 검사 방법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여전히 눈으로 검사하다 보니 부실하게 점검이 이뤄진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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