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유가족 "9년 만에 만감 교차"…1만명 함께 불러
보수정당·보훈단체는 노래 안 부르고 손만 잡고 흔들어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이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다 함께 손을 맞잡고 반주에 맞춰 힘차게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18일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알리는 사회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50여 분간 이어진 기념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가 찾아왔다.
9년 만의 제창에 행사장과 주변을 가득 메운 1만여 참석자들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대통령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고 했었다.
그 약속대로 문 대통령은 이날 가장 앞줄에서 '님 행진곡'의 작곡자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손을 맞잡고 노래를 함께 불렀다.
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 5월 3단체 회원, 소복을 차려입은 5·18 유가족도 문 대통령 주변에서 9년간 기다렸던 순간을 맞이했다.
가수 전인권, 권진원 등 기념식 공연에 참여한 모든 출연진과 1만여 참석자가 한목소리로 부른 '님을 위한 행진곡'은 일부 참석자들의 눈물과 함께 울려 퍼졌다.
3분가량 이어진 짧은 시간이었지만,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5월 유가족과 광주시민 표정에는 환희와 지난 9년에 대한 탄식이 교차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움켜쥔 주먹을 흔들면서 불렀던 과거와 달리 올해 행사에서 옆 사람과 손을 맞잡고 흔드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보수정당 대표와 보훈단체 회원은 이러한 방식에 큰 거부감 없이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소리 내어 노래 부르는 제창까지 함께하지는 않았다.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며 "참으로 감격스러운 날이다"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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