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국의 자살률이 5년 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 4위의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2017년 세계보건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4명으로 조사 대상 183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34.1명에 비해 16.8% 감소한 규모이기는 하나 전 세계적으로 스리랑카(10만명당 35.3명), 리투아니아(32.7명), 가이아나(29명)의 뒤를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특히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국가'(High-income country)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주목된다고 WHO는 설명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2000년 14.8명 수준이었으나 금융위기 직후 급증하며 2010년 34.1명까지 치솟았다. 이 수치는 최근 들어 다시 줄어드는 모양새다.
WHO는 맹독성 농약 판매 금지 조치가 자살률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자살 기법 중 하나가 농약을 이용한 음독자살인데 이런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 자살률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1995년 농약 접근성과 자살률의 연관성을 입증한 보고서가 나온 이래 이러한 가설을 입증하는 보고서가 여럿 발표됐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1972년 사모아에선 맹독성 제초제인 파라콰트가 판매되기 시작한 이래 사망률이 급증했다. 반대로 1981년 파라콰트 판매를 금지하자 사망률은 감소했다.
2006~2010년 한국에서 음독자살은 전체 자살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편이었으나 2012년 정부가 파라콰트 판매를 금지한 이후 농약 음독자살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그 결과 전체적인 자살률도 감소했다고 WHO는 밝혔다.
특히 성별이나 연령,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자살률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WHO는 아울러 한국의 사례가 자살률 감소를 목표로 하는 국가에 고무적인 선례가 된다고 강조했다.
WHO는 194개 회원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2005년부터 매년 예상수명과 사망률, 주요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보건 서비스 등의 통계를 정리한 세계보건통계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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