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보다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아직은 '트럼프 건재' 전망 대세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잇따른 스캔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급부상하면서 탄핵 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의 분열까지는 아니더라도 '균열' 정도는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에게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관련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펜스 부통령은 아마 (대통령이 되기 위한) 예행연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는 닉슨 전 대통령 때와 똑같다"고 말했다.
미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탄핵당하거나 사임할 경우 대통령직은 부통령이 승계한다. 리처드 닉스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을 때 제럴드 포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보수 평론가인 에릭 에릭슨은 "펜스 부통령이 대기하고 있는데, 공화당 의원들에게 그(트럼프 대통령)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며 이제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내부에서 탄핵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변덕스럽고 자기 멋대로인 데다, 끊임없이 스캔들을 일으키는 '이단아' 대통령에 공화당 의원들이 지칠대로 지쳤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반면에 펜스 부통령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데다, 의회에서의 오랜 경험과 능력 있는 보좌관들을 거느린 '정통 보수주의자'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훨씬 수월하게 행정부와 의회가 힘을 모아 주요 의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펜스 부통령 스스로 정치적 야심을 지니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17일 새 정치행동위원회(PAT) '위대한 미국 위원회'를 구성했다. 정치행동위원회는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외곽 후원단체를 말한다.
폴리티코는 "부통령은 전통적으로 본인의 정치적 행동을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함께 하는데, 부통령이 직접 정치행동위원회를 꾸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공화당 입장에서 '포스트 트럼프'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직 없다는 점, 그의 탄핵은 반대파인 민주당만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점, 자칫 잘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껏 이민, 범죄, 무역, 규제완화 등에서 보수 의제를 충실하게 추진했다는 점 등도 고려한다면 아직은 공화당 지도부가 대통령 탄핵 논의를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일부 공화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섰지만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초당파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그린버그는 "워터게이트 사건 때는 그것이 치명적인 사태라는 공화당 의원들의 공감대가 있었고, 그것이 (닉슨 전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며 "그러한 초당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대통령 탄핵 논의는 공화당 의원들의 몽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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