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당, '새로운 보수 가치' 언제 보여줄 건가

입력 2017-05-18 18:10  

[연합시론] 한국당, '새로운 보수 가치' 언제 보여줄 건가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대선 백서를 낸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 포함돼야 할 대선 패배의 원인 분석보다 지역·세대별 득표현황 등 객관적인 수치 위주로 구성한다고 한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패배 원인 분석도 하겠지만, 데이터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서 발간을 왜 하는지 어리둥절하다. 패인 분석에 치중할 경우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백서는 보나 마나 한 기록집 정도가 될 것이 뻔하다. 참담한 대선 패배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한국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염치없는 '불능 정당'이라는 비판이 벌써 들리는 것 같다.



한국당은 보수 정치 몰락의 진원지라 할 수 있다. 과거 어느 대선에서도 이렇게까지 무기력하게 허물어진 적은 없었다. 보수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한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대선 이후 한국당이 보여준 모습은 절망 그 자체다. 홍준표 후보가 보수 유권자들에게 애걸하다시피 해서 얻은 24.03% 득표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역대 최대인 557만 표 차 낙선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급기야 차기 당권을 놓고 험한 집안싸움까지 벌이고 있으니 더 볼썽사납다. 친박계는 오는 7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하려고 한다는 말이 들린다. 정치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다. 한국당이 이러려고 쇄신을 하겠다며 당명까지 바꿨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친박계를 겨냥해 "구 보수주의 잔재들이 세력연장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또 모의하고 있다"며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더니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했다. 참 가증스럽다"고 퍼부었다. 이에 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은 "당원들에게 바퀴벌레라고 썼다는데 제정신인가. 낮술을 드셨나"하고 맞받았다. 정진석 의원은 "보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뽀개버려야 한다"고 했다.



'바퀴벌레', '낮술', '육모방망이' 같은 발언 어디에도 품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홍 전 지사는 대선 때도 막말 파문으로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샀는데 이번엔 당내를 향해 또 막말을 쏟아냈다. 그에 반응하는 수준도 저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과 대선참패를 반성하고 보수 재건을 어떻게 할지 밤을 새워 논쟁해도 향후 진로 모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원내 107석을 가진 제1 보수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할 책무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권, 계파 타령에 날을 지새우고 저질 막장극이나 벌이고 있으니 보수 본류는 고사하고 보수 계륵이 될지도 모르겠다. 치열한 내부성찰과 당 체제정비, 보수 노선·가치 재정립에 전력해도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국당이 처한 냉정한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