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대타로 나서 KBO리그 통산 2호 대타 끝내기 만루포
"마무리 (이)보근이 오늘 처음 안 좋은 모습…밥 사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끝내기 홈런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과 선수 모두를 전율에 빠뜨린다.
타구가 허공에 포물선을 그린 뒤 스탠드에 떨어진 순간, '역전'과 '끝내기'가 있는 야구의 묘미가 극대화된다.
이택근(37·넥센 히어로즈)은 KBO리그에서 젊은 선수가 가장 많은 팀에서 야수조 최고참이다. 올해에는 출전 기회 축소로 그라운드에 나설 날이 점점 줄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KBO리그 통산 2호 대타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트렸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그는 팀에서 이날 유일하게 고개 숙였던 후배를 챙겼다.
이택근은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4-6으로 끌려가던 9회 말 무사 만루에 대타로 등장했다.
상대는 한화가 자랑하는 마무리 정우람. 이택근은 정우람의 초구 직구를 그대로 보낸 뒤 2구 시속 125㎞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왼쪽 담을 넘겼다.
이택근의 시즌 1호이자 프로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이다. 2001년 6월 23일 송원국(두산) 이후 처음으로 대타 끝내기 만루포를 쳤으니 자신에게도 첫 경험이다.
우선 이택근은 승리와 홈런이 가져다준 행복감을 한껏 즐겼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최근 경기에 많이 못 나가도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했다. 끝내기 홈런을 한번 치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정우람에게 하룻만에 설욕할 수 있어 더 기뻤다. 이택근은 전날 4-8로 끌려가던 9회 말 대타로 나와 정우람에게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그는 "어제 정우람을 대타로 상대했는데 체인지업에 속았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직구 타이밍을 노리고 휘둘렀는데 운 좋게 좋은 스폿에 걸려 넘어갔다. 사실 그렇게 (타구가) 멀리 갈지는 몰랐다. 그냥 외야로 공이 날아가서 '내 할 일을 다 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넘어갔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택근의 대타 끝내기 만루포는 9회 초 넥센의 새 마무리 이보근의 블론세이브라는 '사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세현을 대신해 지난주부터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꾼 이보근은 4-3으로 앞선 9회 초 등판해 안타 4개를 허용하며 3실점, 블론세이브를 했다.
이택근은 "보근이가 마무리로 전환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오늘 처음으로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입을 뗐다.
그러더니 "오늘 경기를 뒤집어줬으니 보근이가 밥 사야 할 것 같다"며 웃음과 함께 후배를 다독였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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