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출간…트럼프 맹공-중산층 복원 역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워런의 2020년 대선 출사표?
미국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최근 펴낸 신간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This Fight is Our Fight)는 미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성공적 변신을 한 뒤 이제는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워런 의원은 '미국의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지난해 대선 패배에 대한 쓰라린 소회와 원인 분석, 정치적 파장, 향후의 대책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메시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가하고 있다.
남편 브루스와 팝콘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집에서 TV를 통해 대선개표 결과를 지켜봤다는 워런 의원은 먼저 대선은 물론 상·하원의원 선거도 모두 패배한 지난해 11월 8일 밤의 상황을 "마치 아주 끔찍한 열차사고를 슬로우 모션으로 지켜보는 것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패색이 짙어지고 이번에 선거를 치른 동료 상·하원의원들이 하나둘씩 낙선하는 현실을 열차의 객차 하나가 탈선한 뒤 다른 객차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급기야 탈선한 객차에서 불이 붙어 폭발하면서 시신이 나뒹구는 참혹한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워런 의원은 대선 패배 순간 "앞으로 있을 정치 바람(역풍)보다는 이번 결과가 수많은 노동자 가정에 또 하나의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수천만 미국인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정부가 공약과 달리 결국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1%의 극소수 기득권층의 배만 불리게 할 것이라는 게 워런 의원의 지적이다.
워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워싱턴의 오물을 빼내겠다'고 하더니 정작 그 오물을 나르고 정부의 비위를 맞추는 로비스트와 억만장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해 놓고 이민자와 소수계, 여성들을 공격하고 있다", "항상 다음의 또 다른 사기거리를 쫓는 남자"라는 등의 독설을 퍼붓는다.
그러면서 우리가 소중히 하는 가치를 위해 살고, 또 미국을 우리 중 일부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기회에 투자하는 그런 나라로 만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사람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서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금융규제 강화, 사회보장프로그램 강화, 교육·연구·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등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한다. 이들 해법은 모두 중산층과 노동자 가정 복원과 지원에 맞춰져 있다.
한마디로 워런 의원의 정견을 집약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보의 아이콘', '민주당 내 민주진영의 리더'로 불리는 워런 의원의 2020년 대선 출사표를 미리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올해 67세인 워런 의원은 직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개혁을 위해 창설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특별고문을 지내면서 각종 금융개혁법을 관철해 이름을 날린 인물로, 진보 진영에선 벌써부터 무너진 민주당을 재건하고 정권을 되찾아올 잠재력을 갖춘 유력한 주자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워런 의원의 메시지를 둘러싸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미 언론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고 권한다.
메트로폴리탄 출판사, 33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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