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대 1 경쟁률…"정의 실현되는지 감시할 것"
부산·신안 등 지방서도 발걸음…로또 추첨 맞먹는 열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정의가 실현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오는 23일 시작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을 앞두고 19일 서울중앙지법이 진행한 법정 방청권 추첨에 525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대법정 전체 150석 중 일반인에게 배정된 좌석이 68석임을 감안하면 하면 7.7대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12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첫 공판준비기일 당시 2.6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보다 치열하다. 이날 응모 절차는 오전 10시부터 시작이었지만 시민들은 그보다 이른 오전 8시부터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추첨장 입구부터 늘어선 대기 줄은 복도를 따라 건물을 돌아서까지 이어져 이번 재판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인지를 체감하게 했다. 응모하려는 시민이 몰리면서 장내 질서를 잡기 위해 대기 줄 사이 사이에 임시 대기선을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오전 11시 마감 직전에 허겁지겁 뛰어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추첨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원칙적인 판단을 기대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A(50·여)씨는 "탄핵 과정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며 "사법부가 원칙대로 결정을 내리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감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판 방청을 위해 연차까지 낼 계획이라는 한 30대 직장인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고 있다"며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사법부에서도 정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방청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석에 서는 역사적인 재판을 보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 발걸음한 시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부산에서 온 4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역사적인 재판이라서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싶다. 아파트 청약보다 당첨 가능성이 낮겠지만 꼭 방청 기회를 얻고 싶다"며 방청 응모권을 제출했다. 전남 신안에서 새벽부터 올라온 시민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추첨에 참여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유모(남·69)씨는 "공모니 뭐니 그런 게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뭘 하는지 잘 몰랐다고 하지 않느냐"라며 "판사들 얼굴, 표정이 어떤지 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인 417호에서 열린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석에 서는 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이다.
이날 추첨된 사람들은 재판 시작 전인 오전 9시부터 법정으로 연결되는 법원 청사 내 5번 출입구 앞에서 방청권을 받는다. 방청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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