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 2010년 116만1천t→작년 57만1천t '반토막'
"값 비싸지만 비용 많이들고 수확량 적어…판로 확보도 어려워"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2000년대 불황 속에서도 '웰빙'(Well-being) 열풍 속에 호황을 누리던 유기농 농산물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자'는 웰빙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급속히 증가했던 친환경 농산물 수요가 계속된 불황으로 생활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급속히 줄어든 탓이다.
여전히 친환경 농산물을 고집하는 고정 고객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 못한 소비량에 친환경 인증 농산물 생산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는 1999년 1월 도입됐다. 유기·무농약에 저농약 농산물까지 인증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저농약 농산물은 제외됐다.
인증 제도 시행 첫해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은 1만8천794t에 불과했으나 2008년 66만9천242t, 2009년 98만8천740t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0년에는 116만1천819t에 달했다.
친환경 인증 제도 시행 이후 11년 만에 무려 61.8배나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를 정점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1년 110만3천105t으로 소폭 떨어지는가 싶더니 지난해 57만1천217t으로 급감했다. 정점을 찍은 2010년의 반 토막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쌀을 비롯한 곡류는 2010년 19만1천755t에서 지난해 23만3천403t으로 21.7% 증가했다. 그러나 나머지 품목은 대부분 감소했다.
친환경 인증 생산물이 가장 큰 폭으로 준 것은 채소류다. 같은 기간 채소류 57만7천892t에서 14만5천851t으로 74.8%(43만2천41t) 감소했다.
감자·고구마 등 서류는 4만2천322t에서 1만6천100t으로 62%(2만6천222t), 특용작물은 16만3천769t에서 12만854t으로 26.2%(4만2천915t), 과실류는 4만8천489t에서 4만4천961t으로 7.3%(3천528t) 줄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농민들의 신청을 받아 1년 단위로 내주고 있다.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는 농민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물론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비싸다.
5㎏을 기준으로 할 때 유기농 사과 가격은 2만5천∼3만원 하는 일반 사과보다 3∼4배 비싼 10만원이다. 유기농 브로콜리 값은 개당 4천500∼5천원이다. 1천∼1천500원 하는 일반 브로콜리보다는 비싸다.
가격만 보면 친환경 농산물 재배가 훨씬 나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기질 비료나 친환경 농약값이 일반 제품보다 5배 이상 될 뿐만 아니라 같은 면적에서 같은 작목을 재배해도 수확량은 일반 비료·농약을 줬을 때의 60∼70%에 그친다. 상품성이 있는 농산물을 골라내면 20∼30% 건지기 일쑤라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80억원을 투입, 유기농 자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농민은 50%의 돈만 내고 유기질 비료·농약 등을 살 수 있지만, 여전히 일반 비료·농약보다 비싸 수익으로 연결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직접 원료를 사 유기질 퇴비를 만드는 게 가능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라 제조 과정에서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선뜻 퇴비 제조에 나서는 농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충북에서 유기농 사과를 생산하는 한 농민은 "수확량이 적고 크기도 일반 사과보다 작을 뿐만 아니라 빚깔도 농약을 주고 키운 사과보다 좋지 않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마트를 찾는 주부들도 유기 농산물을 만지작거리다가도 표시된 가격을 본 뒤에는 슬그머니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청주에 사는 주부 이모(46)씨는 "일반 농산물도 철저한 품질 검사를 거쳐 시판되는 만큼 가계부 쓰기 빠듯한 처지에서 이보다 3∼4배 비싼 유기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사치 같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벼는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다가 중도 포기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며 "예산이 빠듯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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