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인근 상인 반발 여론에 '신중' 모드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신세계그룹이 경기도 부천 영상복합단지에 추진하려던 백화점 건립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유통업계에서는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 보호 기조를 내세운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신세계가 눈치를 살피며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21일 부천시와 신세계에 따르면 시는 2015년 9월 상동 영상문화단지 복합개발 민간사업 우선협상자로 신세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시 김만수 부천시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우선협상자를 발표할 정도로 시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었다.
신세계 컨소시엄은 애초 2018년까지 8천700억원을 들여 영상문화단지(38만2천700여㎡) 내 7만6천여㎡의 상업부지에 문화·관광·여가 활동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세계가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백화점을 포함한 복합쇼핑몰을 지을 거라는 계획이 알려지자 반경 3㎞ 이내 인천 지역 전통시장 16곳의 상인과 인천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신세계의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영세 중소사업자가 몰락하고 차량이 급증해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심각할 거라며 사업 취소를 요구했다.
신세계 측은 대형 할인매장과 복합쇼핑몰을 제외하고 규모도 3만7천여㎡로 대폭 축소해 백화점만 짓는 것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인접 지자체인 인천시 부평구까지 나서 "특정 지자체의 이익을 위해 인접 지역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며 거듭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사회적 약자인 '을(乙)'을 지키겠다며 2013년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최근 '김 시장은 중소상인 생존권 위협하는 신세계 복합쇼핑몰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부천시에 발송했다.
이 때문에 부천시와 신세계는 대선 이후인 이달 12일 상동 백화점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신세계 측이 새 정부 출범과 백화점 입점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세계의 계약 연기 요청 이유를 "새 정부가 출범한 상태에서 바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부천시는 신세계에 절차에 의해 선정된 공모사업자로서 사업추진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공문을 보냈고, 신세계는 반발 여론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며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여론이 좋지 않으면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며 "계약을 하는 게 능사는 아니고 시민단체나 상인 등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해 계약 체결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천시와 신세계는 19일 오후 부천시청사에서 다시 만나 백화점 부지 매매 계약을 계속 추진하는데 뜻을 모으고 향후 일정을 조율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인 신세계가 눈치를 보고 있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변 상인 등의 발발이 계약 연기의 표면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 보호'를 내건 새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논란을 일단 피하려고 신세계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권이 침체해 방치된 지역에 백화점이 들어서면 주민 고용 등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며 "상인 등 주변 재래시장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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