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태풍의 핵이 아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 높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던 코스피는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메모가 등장하면서 하원 의회에서 '트럼프 탄핵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우지수는 17일(현지시각) 전날보다 372.82포인트(1.78%) 하락해 올해 들어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6,000선을 위협받았다.
공포지수인 VIX지수는 46% 넘게 급등했고 달러인덱스는 급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도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크게 흔들린 데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단기에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코스피는 18일 간밤 뉴욕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21.81포인트(0.95%) 내린 2,271.27로 장을 시작했다.
이날 낙폭은 작년 9월 12일의 34.20포인트 이후 최대였다.
여기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해지면서 지수는 2,267.08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탄핵 가능성에 대한 충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코스피는 2,280선 후퇴 하루 만인 19일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단단한 하방 지지력을 증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번 주 시장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이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에 힘입은 만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코스피의 펀더멘털을 크게 흔들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자국 우선주의였다는 점에서 탄핵이 되더라도 우리나라나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단기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 의회 구성상 탄핵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 탄핵이 발의되기 위해서는 하원이나 특검에서 발의된 탄핵안이 상임위에서 과반 찬성을 받아 전체 회의에 상정되어야 한다. 전체 표결에서 과반의 찬성을 받으면 상원으로 탄핵안이 송부된다.
상원은 재판 형태의 심의를 거쳐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 하원과 상원에서 공화당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탄핵에 동조하지 않는 한 가결 정족수 확보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지만,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확실하며 미국과 달리 국내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오히려 불확실성 국면을 이용해 국내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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