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따른 제재…현재 남북관계엔 북핵 영향이 더 커
文대통령, 2015년 "5·24조치로 우리 기업 더 큰 타격" 발언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의 상징처럼 돼버린 '5·24조치'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대응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과의 모든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한 5·24 대북 제재조치가 오는 24일로 시행 7년을 맞는다.
정부는 2010년 5월 24일, 그해 3월 있었던 천안함 피격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을 뼈대로 한 5·24조치를 발표했다.
2008년 있었던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데 이어 2010년 5·24조치가 시행되면서 남북관계에는 완연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5·24조치에서 제외됐던 개성공단도 가동이 전면 중단되고 인도적 지원마저 보류되는 등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그러나 대북 압박 못지않게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 단절의 신호탄이 됐던 5·24조치는 사실상 해제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15년 9월 "5·24 조치로 타격을 입은 것은 북한 경제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라며 5·24조치의 해제를 주장한 바 있다.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지난 7년간 5·24조치 해제를 위해선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는 천안함 피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내지는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북한은 천안함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새 정부가 천안함 피격에 대한 북측의 아무런 조치가 없는데 5·24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제하기도 쉽지 않다. 보수 여론의 집중적인 질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는 '5·24조치'에 대한 명시적인 해제 없이 이른바 '유연화 조치'를 통해 남북관계를 단계적으로 복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과 비정치적인 사회문화 교류를 위한 방북부터 허용하고, 경협은 추후 북핵문제 진전 상황에 따라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생·환경·문화 등 이른바 '3대 통로' 개설을 추진하고 남·북·러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상황에 따라 5·24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1일 "남북관계는 현재 천안함 피격 사건보다 북핵 문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는 5·24조치와 무관한 인도적 지원을 시작으로 북핵 상황 진전에 따라 경협 등으로 점차 남북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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