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망치 상향조정시 4년 만…일각에서는 3%대 점치기도
사드 영향 2분기 지표가 갈림길…냉랭한 내수·고용도 걸림돌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새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지난해 말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자리 확대 → 가계소득 증대 → 소비 증가 → 기업 투자 및 고용 확대의 선순환 궤도, 즉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자리잡으면 우리 경제가 잃었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성장률 상향 전망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보호무역주의, 내수·고용시장의 더딘 회복세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여전한 만큼 상반기 경제 지표와 함께 대외 변수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출·취업자 수 등 경제 지표는 지난해 말 정부가 전망한 목표치를 훌쩍 상회하고 있다.
4월 수출은 1년 전보다 24.2% 증가하면서 6개월 연속 증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통관 기준 수출액(잠정치)은 510억 달러로 2014년 10월 516억 달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아직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말 정부가 전망한 올해 수출 증가 목표치 2.9%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전망한 취업자 증가폭 26만명도 이미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올해 1∼4월 평균 취업자 수는 올해 정부 전망치보다 10만명 이상 더 많은 37만6천명 늘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일자리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추경안의 내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자리 추경이 성장률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정부 내에서도 큰 이견은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편성한 11조원 규모 추경이 당해 성장률을 0.12~0.13%포인트(p), 다음해 성장률을 0.18~0.19%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겠지만 추경 편성은 당연히 일정 부분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점차 늘어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소비에도 물꼬를 트면서 수년 간 2%대에 고착됐던 성장률도 조금씩 기지개를 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반복되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위축된 소비 심리를 살릴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747 공약(연평균 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선진 7개국 진입)을 내세우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6.0%로 대폭 높인 바 있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지난해 말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올해 성장률이 3%에 도달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지켜봐야 한다"며 기대감을 배제하지 않았다.
우리 경제가 3%대 성장을 기록하면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2%대 저성장을 탈피하게 된다.
정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6월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년 말에 발표한 당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 번도 빠짐없이 하향조정했다.
특히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성장률 전망은 3.8%에서 3.1%로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조선·해운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성장률 전망치는 3.1%에서 2.8%로 하향 조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매년 연말에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를 대부분 6개월 뒤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재만큼이나 대내외 불확실성도 산적해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쉽사리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는 수출에 기댄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미국 경제가 회복돼야 세계 경기가 좋아지고 우리도 좋아질 수 있다"며 "보호무역주의, 금리 인상 등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어 우리의 경기 개선 추세가 오래가는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수·고용시장의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수출 회복세가 무색할 만큼 소비·고용에는 아직 훈풍이 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뒷걸음질한 소매판매는 올해 2월 3.2% 반짝 증가했다가 3월 다시 제자리걸음 하며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4월 기준 실업률이 4.2%까지 오르며 17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를 넘어서는 등 고용시장의 찬바람도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2분기부터 관광객이 줄고 서비스 수지가 나빠지는 등 사드 영향이 지표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국정과제를 확정하는 것에 맞춰 성장률 등 전망 조정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