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일 만에 야당 포함한 靑회동 '파격'…의제도 안 정해
회동 말미 발표문 조율…각당 발표서 말 엇갈리는 부분 없어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19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과거와 달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별다른 잡음 없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다.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회동을 할 때는 사전 의제 조율에서부터 회동 과정과 사후 합의문 발표 등 단계마다 여야와 청와대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또 각 당 지도부가 회동 결과를 브리핑할 때도 서로의 전언이 조금씩 달라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는 그런 공방도, 뒤끝도 없이 비교적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우선 취임 9일 만에 대통령이 청와대 초청 회동을 개최하면서 집권 여당뿐 아니라 야당을 모두 초청하는 '파격'을 시도하면서 처음부터 별다른 뒷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회동의 의제를 사전에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고 폭넓게 논의하기로 하면서 관련한 의견 충돌도 없었다.
모두발언의 순서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민주당 순서로 청와대 측에서 사전 양해를 구했다.
이후에는 특별한 순서나 형식에 얽매임 없이 참석자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임기 초반 비교적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생각보다 소탈하고 아주 격의 없이 원내대표들과 대화에 임했다. 서로 언로가 트여서 자연스러운 의견 개진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할 정도다.
오찬이 마칠 무렵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회동에서 오간 얘기를 정리해 일러주면서 추가나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박 대변인은 조율을 마친 발표문을 각 원내대표실에 참고용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문 대통령도 직접 박 대변인의 정리 내용을 듣고 문구를 조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발표문의 국정원 개혁 부분과 관련,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방지 부분은 법 개정 사안이 아니니 법 개정과 상관없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회동에서 논의된 '방송 개혁'이 빠졌다고 지적하자 발표문에 추가되기도 했다고 국민의당 측이 전했다.
이처럼 발표 내용을 사전에 조율하면서 회동이 끝난 후 국회로 돌아온 원내대표들이 각각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말이 엇갈리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예년과 달리 대변인조차 배석하지 않아 참석자와 발표자가 동일하단 점에서도 오해와 왜곡의 소지가 없었다.
이제는 여당이 돼 공수를 교대한 민주당의 사후 브리핑 기조도 야당 시절과는 확 달라졌다.
민주당은 유일하게 회동에 참석한 우원식 원내대표 대신 강훈식 원내대변인이 회동 결과를 브리핑했다.
강 대변인은 다른 당처럼 회동 내용을 구구절절 전하는 대신 "문재인 정부가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회담을 시작으로 사상 초유의 의회존중 정부의 첫발을 내디뎠다. 청와대와 여야는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손목을 잡아 나가는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며 논평 형식으로 갈음했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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