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콩고 출신 키엥게 전 장관에 배상금 6천만원 줘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최초의 흑인 장관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은 극우 정치인이 거액의 배상금 판결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이탈리아 법원은 18일 세실 키엥게 전 국민통합부 장관이 극우 정당 북부동맹 소속의 마리오 보르게치오 유럽의회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보르게치오 의원은 세실 전 장관에게 인종 차별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5만 유로(약 6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보르게치오 의원은 콩고 출신의 의사인 키엥게 전 장관이 2013년 4월 국민통합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아프리카인들은 아프리카인들일 뿐이며, 그들은 우리와 매우 다른 인종 집단에 속해 있다", "키엥게가 이탈리아 의사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빼앗았다", "키엥게가 콩고 부족의 전통을 이탈리아에 이식하려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그는 이 같은 배상금 지급 판결이 나자 "배상금을 줄 돈이 없다. 집이라도 팔아야 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1983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와 안과의사가 된 뒤 이탈리아 남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는 키엥게 전 장관은 2013년 엔리코 레타 정부에서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흑인 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우파정당 정치인들로부터 오랑우탄과 비교당하는가 하면, 집권 민주당 집회에서는 연설 도중 청중이 던진 바나나에 맞는 등 임기 내내 극심한 인종차별적 공격에 시달렸다.
키엥게 전 장관은 2014년부터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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