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에 따른 충격·고통은 개인이 감내할 부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공무원이 승진탈락에 따른 스트레스로 쓰러진 것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임수연 판사는 검찰 수사관 A씨의 가족이 "승진탈락 후 발병한 뇌출혈을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한 지방검찰청에서 집행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7월 21일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다음 날 사무실에서 쓰러졌고,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평소 벌금과 추징금을 납부하게 하는 업무를 처리해온 A씨는 자신이 맡은 지역에 상대적으로 고액 미납자가 많아 실적평가에서 불리하다고 여겨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측은 공무상 요양승인을 신청했다가 '과거 고혈압과 체질적인 이유, 흡연 전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과로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약해진 몸 상태에서 고대하던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승진탈락 후 발병한 것을 공무상 질병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여러 번 승진에서 탈락해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있었을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일부 구성원만 승진되는 구조에서 탈락으로 인한 충격과 고통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뇌출혈은 A씨의 기존 질환인 고혈압, 승진에 대한 열망 등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요인이 주요 원인이 돼 발병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부분까지 업무가 원인이 돼 발병한 질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승진과 맞물려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으로 보이나 직접 본인의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으며 과로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컴퓨터 로그(접속) 기록 자료를 보면 A씨는 규칙적으로 출근해 6시 정시에 퇴근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시간 이후에 초과근무를 빈번히 하면서 과다한 업무를 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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