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랩톱 들고 조종실 있는 일등실 진입시도
여승무원이 서빙카트로 막자 승객들이 제압해 포박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로스앤젤레스(LA) 공항을 이륙해 하와이 호놀룰루로 향하던 미국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에서 19일(현지시간) 터키 국적의 20대 남성 승객이 난동을 부려 미군 전투기 2대가 긴급 발진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AP통신은 터키 국적의 아닐 어스카닐(25)이 비행 도중 조종실이 있는 일등실에 무단으로 들어가려다 승무원과 승객들에 의해 제압됐고 호놀룰루 공항 도착 직후 현지 연방수사관에게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어스카닐은 비행 도중 여객기 뒤편 자신 자리를 이탈해 조정실이 있는 일등석 진입을 시도했다.
여객기가 LA공항을 이륙해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까지 총 6시간의 비행시간 중 중간쯤 왔을 무렵이다.
어스카닐은 손에는 랩톱 컴퓨터를 쥐고 있었고, 머리에는 수건이나 담요로 보이는 천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어스카닐은 일등실 진입시도 전에도 기내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며 기이한 행동을 보여 승무원은 물론, 다른 승객들의 요주의 대상이었다.
일등석에 있던 여성 승무원이 어스카닐을 발견하고 서빙 카트로 진입 통로를 막자 어스카닐은 서빙 카트를 밀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일등석 건너편의 일반석 승객들이 어스카닐을 뒤에서 붙잡아 제압했고, 여객기가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좌석에 앉힌 상태로 강력테이프로 묶었다.
어스카닐은 항공기 탑승 전부터 음주상태였지만 아직 특별히 테러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어스카닐이 조종실 진입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테러 위협에 대비해 중동 8개국을 출발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에 대해 랩톱컴퓨터와 태블릿PC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랩톱을 손에 쥔 어스카닐의 행동이 더 큰 불안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어스카닐은 이륙 8시간 전인 이날 새벽 LA 공항에서도 항공기 이륙장 트랩으로 연결되는 출입문을 열었다가 무단 침입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어스카닐은 법원 출석 통보만 받고 풀려났고, 알코올 농도가 허용기준을 넘지 않아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어스카닐이 제압된 이후 기장은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 국토안보 절차에 따라 미군 최강 스텔스기인 F-22 랩터 전투기 2대가 하와이 공군기지에서 긴급 발진해 여객기를 호놀룰루 공항까지 호위했다.
기장은 F-22 전투기가 출격하자 승객들에게 "우리는 호놀룰루 공항까지 호위를 받고 있다. 하와이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탑승객들을 안심시켰다.
여객기에는 승객 181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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