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명품·시계·TV·탈모치료기…"빌리는 게 대세"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렌털(임대) 서비스'라고 하면 단순히 자동차·정수기·비데를 떠올리던 시대는 지났다.
수년간의 불황 속에 렌털시장이 성장하면서, 의류나 명품은 물론 요실금·탈모치료기구 등까지 빌려 쓸 수 있는 품목들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를 넘어 이제 학원 셔틀을 탈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학원 셔틀 공유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 의류·가방…이제는 빌려 입고 빌려 든다
고가의 의류나 명품 가방을 빌려주는 '패션 렌털 서비스'는 어느새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에서 패션 렌털 전문 매장인 '살롱 드 샬롯'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50만~80만 원인 여성 드레스를 10만~30만 원, 50만 원대 어린이 드레스는 10만~20만 원, 100만~200만 원 대 남성 정장은 20만~30만 원에 빌릴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 샬롱 드 샬롯 1호점의 경우, 현재 렌털 건수가 개점 첫 달의 두 배 이상에 이르고, 취급 품목 수도 9개에서 15개로 크게 늘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SK플래닛의 '프로젝트 앤'은 이용권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의류나 가방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총 150개 브랜드의 의류 3만여 개를 갖추고 있으며 이용권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8만 원을 내면 한 번에 한 벌씩 모두 네 벌을 빌려 입을 수 있고, 한 벌당 최장 15일 동안 이용할 수 있다.
고객들 반응도 괜찮다. 출시 2개월째에 2만2천 명이었던 프로젝트 앤 가입 회원 수는 현재 13만 명을 넘었다.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 리본즈는 명품 렌털 서비스 '온리'(ON:RE)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매달 7만9천 원을 내면 명품 브랜드 가방이나 시계를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빌려주는 서비스다. 제품을 대여한 후 월 1회 무료로 교환할 수 있으며 이후 1만 원만 더 내면 멤버십이 유지되는 기간 내 원하는 만큼 교환할 수 있다.
서비스 시작 이후 4개월 동안 서비스 가입 고객은 800여 명, 누적 매출은 1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싼 여행용 가방(캐리어) 구매를 망설이는 남성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고급 여행 가방 렌털 서비스를 목동점과 중동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루 1만3천 원~2만3천 원의 비용(보증금 30만 원 별도)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매장을 방문해 여행일정 등을 상담한 뒤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지정하면 배송까지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하루 평균 20~30여 건 정도 렌털해간다"며 "출장이 잦은 30대 회사원이 서비스 이용 고객 중 7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렌털서비스 영역이 빠르게 커지면서, 한 번 집에 들여놓으면 최소 5~10년씩 '붙박이'로 이용하는 내구재 가전제품의 대명사 'TV'를 수 개월 단위로 빌려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교육업계에서 일하는 박 모(30세·여) 씨는 평균 3개월 정도씩, 지금까지 20가지가 넘는 종류의 TV를 빌려 사용했다. 박 씨는 "TV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를 써보고 싶지만 사기에는 너무 비싸 렌털서비스를 이용한다"며 "80인치 이상 대형 초고화질(UHD) TV를 포함해 다양한 브랜드의 최신 TV를 거의 모두 다 써봤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 요실금·탈모치료기, 가슴관리기…홈쇼핑은 이색 렌털의 '천국'
이색 렌털 제품을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은 홈쇼핑이다.
요실금치료·탈모치료기, 가슴관리기기 등 건강관리용품부터 움직일 수 있는 '모션베드', 반려동물을 위한 '펫 드라이룸' 등을 모두 홈쇼핑에서 빌릴 수 있다.
현대홈쇼핑은 '이지케이 요실금치료'·'헤어빔 홈케어 탈모치료' 등 의료기기 렌털 서비스를 최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요실금치료기기는 골반저근(소변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근육)의 수축·이완에 적합한 전기 자극을 줘 하루 15분 사용하면 요실금 치료에 도움을 준다. 임대해 39개월 동안 사용하면 소유권을 이전해준다.
탈모치료기는 하루 18분씩 6개월 이상 사용하면 탈모 치료에 도움을 주는 기기로, 역시 39개월 렌털 기간이 종료되면 소유권이 고객에게 넘어간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요실금치료·탈모치료기는 매회 방송 때마다 매출 목표의 110%를 넘게 달성한다"고 전했다.
현대홈쇼핑은 전동으로 침대가 세워지는 '체리쉬 모션베드'도 빌려준다.
메모리폼 매트리스, 침대 프레임, 모션베드를 한꺼번에 빌려주고 렌털 기간 내에는 무상으로 사후관리(A/S)를 받을수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하는 데다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공유·렌털'로 변하면서 렌털 부분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매월 저렴한 금액으로 고가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정기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어 상품 품목과 고객 수요는 더욱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홈쇼핑은 여성을 위한 가슴 관리기기인 '이브라 시스템' 렌털 방송을 진행했다. 월 3만6천900원을 내고 하루 8시간씩 12주 동안 착용하면 볼륨 있는 가슴라인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요도 렌털시장에 반영됐다.
롯데홈쇼핑이 대여해주는 '붐 펫드라이룸'은 반려동물을 목욕시킨 뒤 넣어두면 털이 건조되는 기계다. 월 2만8천900원~4만8천900원으로, 상담 건수가 1만3천 건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 렌털 넘어 공유로…카셰어링 서비스 인기
기존의 렌터카에서 한 단계 진화한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도 꾸준한 성장세다.
업체의 차량을 빌려 탄다는 개념에서는 기존의 렌터카와 같지만, 렌터카가 1일(24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고 빌린 차고지에 도로 반납해야 한다는 점과 달리 카셰어링 서비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한 후 10분 단위로 차량을 예약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아울러 차량을 반납하는 차고지가 곳곳에 있으며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차별화된다.
대표적인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의 회원 수는 2012년 3천 명에서 올해 260만 명으로, 매출액도 3억에서 지난해 908억으로 늘었다. 그린카의 경우도 2011년 회원 수 1만3천 명에서 올해 225만 명으로 급증했다.
학원 셔틀버스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셔틀링'은 대치동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 인근 지역(서초·강남·송파구) 학생들이 학원 셔틀버스나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셔틀버스 공유 서비스다.
대치동에 있는 대부분의 학원이 비용 등의 문제로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원과 학생들 거주지에 정거장을 만들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한 번에 4천400원을 내면 어느 학원에 다니든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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