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홍역과 뇌수막염 등 전염병이 유행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가 취학 전 영유아들의 백신 접종을 다시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19일 0∼6세 영유아에 대해 홍역, 뇌수막염 등 12가지 전염병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법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가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백신 접종을 전면 의무화한 것은 1999년 이래 처음이다.
이 법령은 자녀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부모에게 현행 벌금의 30배에 이르는 500∼7천500유로(약 60만∼9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친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이번 조치에 따라 0∼6세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실재하는 비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 들어 홍역이 크게 유행하며 백신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2015년에 250건이던 이탈리아의 홍역 발병 건수는 작년에는 840건,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1천700건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한동안 크게 번지지 않던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현상을 저조한 예방접종률과 연결지으며 영유아 예방접종 의무화를 밀어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의 백신 접종률이 95%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나 이탈리아의 예방접종률은 2013년 88%, 2014년 86%, 2015년 85.3% 등으로 계속 떨어지며 권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 장관은 당초 백신 접종 의무화 대상 연령을 만 10세로 올려 모든 초등학생으로까지 백신 접종을 확대하려 했으나, 발레리아 페델리 교육부 장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이탈리아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예방접종률이 급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제1야당 오성운동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논쟁이 일기도 했다.
베페 그릴로 대표를 비롯한 오성운동 몇몇 인사는 백신 접종이 자폐증, 백혈병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벌여온 것으로 지목됐으나, 그릴로 대표는 오성운동이 백신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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