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인으론 첫 개인전
"수묵화 먹물은 '인디언 잉크'…원류로 돌아와 인도인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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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는 인도 관람객들에게도 충분히 그 뜻이 전달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 한국화가 김호석 화백은 지난 38년간의 자신의 작품생활을 오롯이 인도 관람객들에게 드러내고 소통하는 기회를 맞은 데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화백은 "수묵화에 쓰는 먹물을 영어로 '인디언 잉크'라고 한다"면서 "정작 지금 인도에서는 이 인디언 잉크를 쓰지 않는데 한국에서 이것으로 그린 것을 들고 원류로 돌아와 인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해 외국 정상 가운데 4번째로 인도 총리와 통화를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려는 때에 이 같은 전시를 하게 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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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김 화백이 데뷔한 1979년부터 최근까지 38년간 그린 작품 가운데 83점을 선보인다.
김 화백은 1979년부터 2017년까지 전 기간에 걸친 작품들을 한자리에 전시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4년간 벌, 애벌레, 물고기 등을 소재로 그린 신작 30점은 국내에서도 전시한 적이 없다.
김 화백은 "최근작들은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면서 인간과 동물이 다를 바 없다는 점과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하면서도 도덕을 주장하는 황당함 등을 은유와 풍자를 담아 그렸다"면서 "이 그림들이 인도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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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뜯어 발겨진 붕어를 그린 '기억은 기억한다'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여주 작업실 주변에 있던 도둑고양이가 참붕어를 종종 잡아먹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죽어 있어 살펴보니 뜯어 먹은 붕어 옆에 고양이 목에 걸렸었는지 피 묻은 가시가 흩어져 있었다"면서 이 모습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 있어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을 죽이려 하면 제가 죽는다는 게 만고의 이치인데, 나쁜 짓 하는 놈은 제가 나쁜 짓 하는 걸 모른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런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신작에는 미꾸라지와 그 지나간 흔적을 그린 '법의 한가운데'(2017년작), 여왕벌 한 마리와 뒤집혀 있는 수벌들을 그린 '한밤의 소'(2014년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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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눈으로 잘 알려진 황희(1986년작), 손자를 등에 업고 놀아주는 할아버지를 그린 '풀들은 늙지 않는다'(2002년작) 등 그의 대표작도 전시된다.
아드와이타 가다나야크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의 작품에서 내적 에너지와 영성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인도 관람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철학뿐 아니라 한국과 인도 문화에 공통으로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 중의 하나인 '빛속에 숨다'를 제목으로 삼은 이번 전시는 이날 개막했으며 다음달 2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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