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호남 의원 찬성…22일 의총에서 갑론을박 예고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국민의당이 차기 비대위원장 선출 문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동교동계 원로들이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고 나서며 파열음이 나고 있다.
5·9 대선 직후만 해도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한상진 서울대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김종인 전 대표를 찾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손사래를 치는 등 후보군 대부분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자, 전당대회 조기 개최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를 전제로 주 전 원내대표로 뜻이 모이는 듯했다.
하지만 동교동계 원로들이 지난 19일 모임을 통해 정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지 않을 경우 탈당할 수 있다는 뜻을 김 원내대표에게 전하면서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는 상황이다.
정 상임고문은 21일 통화에서 "당이 어려울 때는 경륜 있는 사람이 당을 추슬러야 한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원로들은 최근 국민의당 내부에서 불거진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및 연대론을 비판하며 정 상임고문을 내세우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정 상임고문은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고 궁극적으로 대통합을 해야지, 바른정당과 통합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패권적 태도를 취하지 않았으면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이 상당히 잘하고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당내 의원들은 대체로 원로들의 움직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미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추진하지 않기로 정리된 마당에 원로들의 명분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통화에서 "원로들이 뒤에서 후배들을 도와줘야 할 때"라며 "지금은 호남 정체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 당이 환골탈태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도 통화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면 '새로워짐'이 최소한 추구해야 할 가치인데, 정 상임고문이 비대위원장이 되는 게 과연 새로워 보이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반면, 일부 호남 의원들은 정 상임고문 카드에 대해 호의적으로 반응하며 22일 비대위원장 선임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을 예고했다.
한 호남 의원은 "주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국민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네'라고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잘하는 시기에는 정 상임고문을 수장으로 삼아 '로우키(low key)'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런 난맥상에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금 이 판국에 통합과 혁신을 운운하며 비대위원장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면 국민은 우리당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라며 "당내 단합이 필요하다"고 자중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상황이 이렇자 김 원내대표는 뚜렷한 해결책을 선뜻 내놓지 못한 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통화에서 "원로 선배들이 당에 애정이 많다. 본인들의 주장을 안 들어준다고 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슬기롭게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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