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말레이시아 내 소수 인종인 중국계의 절반이 인종차별 등에 대한 불만으로 이민을 희망하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조사에 따르면 중등교육을 마친 말레이시아인 중 중국계의 52.6%가 이민을 희망했다고 SCMP가 전했다.
이는 이민을 희망한 말레이계 비율 17.3%의 3배 수준으로, 인도계 42%보다 높았다.
중국계 응답자 중 정부의 경제 정책이 매우 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은 7.2%에 그쳤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2006∼2016년 국적을 포기한 말레이시아인 5만6천576명 가운데 88%인 4만9천864명이 중국계라는 정부 발표와 맥을 같이 한다.
말레이 내 중국계가 이민을 원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기회 부족, 이슬람 영향력 확대 등에 따른 것이라고 SCMP가 전했다.
많은 말레이 정치인이 중국계에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훈계하고 있으며 관영 매체들은 무슬림(이슬람교도)의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 중국계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등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대학들은 내부 할당량을 통해 비 말레이계 학생의 입학을 제한하고 있으며 비 말레이계 학생들에게 국가 장학금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홍보 매니저로 근무하는 중국계 말레이인 클레먼타인 리(26)씨는 "말레이시아가 후퇴하고 있으며 더 종교화되고 있다"며 이슬람 당국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탄압하고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원이 더 가혹한 처벌을 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의회에 상정된 점 등을 사례로 꼽았다.
말레이 내 3대 인종 중 상대적으로 학력 수준이 높은 중국계 사이에서 이민 움직임이 일면서 두뇌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재 발굴 업체 탤런트코프는 해외 인재의 귀국을 촉진하는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귀국한 전문가가 2013년 900명에서 작년 398명으로 55.8% 급감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말라야대의 라자 라시아 개발학과 교수는 실력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말레이로 귀국해 일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해외에서 성공적 위치에 있는 이들이 귀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국가가 자신들을 환영하고 다른 이들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귀국하지 않겠다는 것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누르 자즐란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내무부 차관은 두뇌 유출이 많은 요인과 관련돼 있다며 많은 국가의 이민 정책이 폐쇄적이어서 말레이를 떠나는 이들이 더 적은 기회와 더 많은 차별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