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곽을 드러낸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은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다. 재벌·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 지향점은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 주도' 성장인 듯하다. 이날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앞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들이다. 장 정책실장이 참여연대에서 시작한 재벌개혁 '소액주주 운동'을 이어받은 사람이 바로 김 후보자다.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타워와 '경제 검찰'의 수장 자리에 나란히 두 사람을 앉힌 것은 문 대통령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를 상징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정책 실행에 초점을 맞춘 발탁인 것 같다. 그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거친 '예산통'이다. 정부 재정 조달과 운용에 밝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복지 공약을 실행하려면 천문학적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임자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과 조정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관료"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경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김광두 서강대 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중용한 것도 문 대통령의 세심한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다른 시각을 가진' 김 교수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경제 문제에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문회의는 국민경제 발전 전략과 주요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다. 김 교수는 김상조 후보자와 함께 'J노믹스'의 골격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 진보와 보수의 시각을 균형감 있게 반영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에 성공하려면 재정 투입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소득 증대→소비 활성화→기업투자 확대→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게 '소득 주도' 성장론인데 일자리를 늘려야 선순환의 '큰 바윗돌'을 굴릴 수 있다. 정부가 일자리 추경안의 국회 통과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재부는 현 정부 출범 전 발표한 '내년도 예산편성 4대 핵심 분야'의 첫 자리에 '일자리 창출'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을 공공 부문 일자리만 갖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의 재벌개혁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기업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는 데 그치지 말고,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신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증대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는 국민 체감지수가 가장 높은 분야이다. 새 정부가 쾌조의 출발을 안정적인 가속 모드로 연결하려면 경제정책을 하루빨리 본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문 대통령도 이날 초대 경제팀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게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새 경제팀 앞에 놓인 현실은 암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 외에도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저출산 고령화·저성장 고착화·소득 양극화 극복, 산업구조조정,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다. 최근 한국 경제가 수출 등에서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소비는 아직 부진하고 고용의 질도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경제 구조와 환경의 획기적 개선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열쇠가 규제 완화에 있다는 것은 새 경제팀도 큰 틀에서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충돌하는 경우 얼마만큼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탕평 인사나 국민 소통에 필요한 균형 감각이 다시 요구된다. 불합리한 규제를 그냥 두면 중기·벤처 살리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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