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소지 줄인다'…정신건강복지법 30일 시행

입력 2017-05-22 12:00  

'인권침해 소지 줄인다'…정신건강복지법 30일 시행

20년 만의 전면 개정…강제입원 절차 까다롭게 강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20년 묵은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한 이 법은 강제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 요소를 상당부분 제거하고 복지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1995년 12월 제정된 정신보건법은 그간 무분별한 강제입원을 방치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켜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강제입원이 강화되면 정신질환자들이 한꺼번에 퇴원할 수 있다거나 추가 진단을 위한 의료진이 부족해 실효성이 낮다는 등의 우려를 제기하나 보건복지부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입장이다.


◇ 무엇이 문제였나

기존 정신보건법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자·타해 위험이 있을 때 보호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동의가 있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입원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재산 다툼이나 가족 간의 갈등으로 정상인이나 경증 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는 했다.

실제 2016년 말 기준 전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는 6만9천여명으로, 이 중 61.6%(4만2천여명)가 강제입원이다. 독일(17%), 영국(13.5%), 이탈리아(12%) 등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정신보건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것도 재산 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딸이 모친의 우울증 치료 경력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사례가 계기가 됐다.

정신보건법은 또 정신병의 경중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정신질환자로 규정함에 따라 경증인 환자도 장례지도사나 언어재활사 등 각종 자격을 취득할 기회나 복지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2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온 정신보건법은 국민 4명 중 1명이 평생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현 실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 일년 유병률은 11.9%로 나타났다. 470만명이 최근 1년 동안 한차례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존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에만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정신질환자의 재활이나 복지 지원, 정신질환 조기발견과 그에 대한 사회 서비스를 지원할 근거가 없었다.


◇ '강제입원 까다롭게'…인권보호에 방점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인권보호를 위해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했다.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이 모두 인정돼야 강제입원이 가능하고, 보호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진단으로 입원했더라도 입원을 2주 이상 유지하려면 다른 의료기관에 속한 전문의의 추가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 모든 강제입원은 1개월 이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장기간 강제입원이 유지되며, 강제입원시 6개월에 한번씩 이뤄지던 연장 심사도 초기에는 3개월 간격으로 받도록 기간을 단축했다.

정신질환자의 법적 의미도 '독립적 일상생활을 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해, 우울증 등 경증 환자는 기존법에서 제한받던 장례지도사 등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국가가 정신건강증진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도록 규정했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고용과 교육, 문화서비스, 지역 사회 통합 등 복지서비스에 대한 규정도 신설됐다.

안전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의 입원이라도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 전문의가 72시간 동안 퇴원을 제한할 수 있는 '동의 입원'과 경찰관이 자·타해 위험이 의심되는 사람의 행정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 "정신질환자 인권과 사회 안전 강화 목적"

강제입원을 어렵게 한 개정법에 대해 의료계 등 일부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거나, '환자의 치료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기존 법에서 자·타해 위험이 없어도 강제입원이 가능했던 것을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바뀐 것임을 강조하면서, 강제입원 환자의 절반이 퇴원할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자·타해 위험이 없는 환자들은 자의입원, 동의입원, 외래치료 등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연간 13만 건에 달하는 진단 수요를 감당할 의료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필요한 풀타임 전문의는 42명으로, 이미 국공립 의료기관에서 36명을 확보했고, 민간지정병원에서 44명을 추가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일부 환자가 퇴원한다 해도 자·타해 위험이 없다는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며, 이들을 위한 사회 복귀와 치료 시스템 연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개정법의 근본 취지는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의 안전을 모두 강화하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자가 지역 사회에서 인권을 보장받으며 생활하는 것이 타인과 사회에도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mi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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