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대한 근본적 질문 던진 블랙코미디…넷플릭스 26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6년째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요. 영화 초반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심각한 톤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오는 26일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는 영화 '워 머신(War Machine)'에서 주인공 글렌 맥마흔 장군을 연기한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는 영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그는 22일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워 머신' 시사회 후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취재진과 만났다.
"한국 바비큐를 즐기지 못해 안타깝다. 다음에는 꼭 직접 뵙겠다"고 입을 연 브래드 피트는 "'워 머신'은 전쟁의 부조리함을 코믹하게 다룬다. 특히 맥마흔은 표정만 봐도 본인이 굉장히 위엄있고 훌륭한 인물이라 믿는 인물이지만 결국 착각이었음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존 인물 맥 크리스털 장군을 바탕으로 했지만 맥마흔은 완전히 허구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브래드 피트는 또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 감독들과 일할 기회가 생기면 참 좋겠다"며 "한국 감독, 배우들과 일하는 데 관심이 많다. 훌륭한 강점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장과 허세로 가득 찬 무용담 '워 머신'은 '애니멀 킹덤'(2010)을 만들었던 호주 감독 데이비드 미쇼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라이브 콘퍼런스에 동참한 미쇼 감독은 "고(故) 마이클 헤이스팅스 미국 롤링스톤 기자의 책 '오퍼레이터스'를 보고 감명 깊어 각색했다"며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이어오는 바탕에는 '착각'과 '망상'이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성공 가도만 달려온 4성 장군 글렌 맥마흔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나토(NATO, 유럽연합)군을 지휘하기 위해 화려한 록스타 같은 발걸음으로 현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 넘치는 자신감은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었음을 증명하듯 한 기자의 무참한 폭로로 그는 일순간에 무너진다.
이 영화는 맥마흔의 흥망성쇠를 통해 200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적나라한 패러디로 그려냈다.
블랙코미디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맥마흔이 워싱턴에 승전을 장담하는 사이 끔찍한 일이 벌어지면서부터는 '군인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전쟁터로 떠나야 하는지' 같은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워 머신'이 단순히 전쟁을 치르는 기계가 아닌, 전쟁을 확대하는 군대 수뇌부와 장교, 말단 병사는 물론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 관료 등 모두를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목과 어깨에 힘을 잔뜩 준 브래드 피트의 우스꽝스러운 연기와 더불어 에모리 코헨, RJ 사일러, 토퍼 그레이스, 앤서니 마이크 홀, 앤서니 헤이스, 존 마가로, 스쿳 맥네이리, 윌 폴터, 앨런 럭, 라키스 스탠필드, 조시 스튜어트, 매그 틸리, 틸다 스윈턴, 벤 킹슬리 같은 화려한 얼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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