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의 새출발…42만마리 살처분악몽 딛고 '병아리 입식'

입력 2017-05-23 07:10  

6개월만의 새출발…42만마리 살처분악몽 딛고 '병아리 입식'

음성 산란계농장 병아리 8만마리 충북 첫 재입식…"사육 정상화는 먼 길"

까다로운 재입식 조건에 전국 383개 AI 발생농가 중 14곳만 승인받아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23일 오전 병아리 입식을 시작한 A씨(48·충북 음성군)는 지난해 12월 24일의 악몽이 떠오르자 더는 생각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크리스마스이브로 들떠 있을 당시 음성지역을 휩쓸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A씨 산란계농장도 덮쳤다.

결국, A씨는 42만 마리의 닭을 모두 살처분했다. 그동안 닭 사육을 하지 못한 탓에 수입이 없어 사실상 실업자 신세가 됐고, AI 바이러스가 퍼질 것을 우려해 외부와의 왕래조차 자제하며 은둔하듯이 생활했다.

지난 3월 21일 도내 AI 방역대의 이동제한이 전면해제되면서 2개월 가까이 축사 소독에 매달린 A씨는 지난 12일에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재입식 승인을 받았다.

병아리 가격이 AI 이전의 두 배 수준인 2천원을 웃도는 데다 그나마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경기도의 한 부화장에서 8만여 마리의 병아리를 공급받아 이날부터 입식을 시작하게 됐다.

도내 AI 피해 농가 가운데 첫 재입식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음성에서 처음 AI 발생한 이후 6개월여 만의 일이다.

A씨 농장은 오는 9월이 돼야 본격적으로 달걀을 출하할 것으로 보인다. 병아리가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로 성장하는 데 3개월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씨는 "오늘 8만 마리의 병아리를 입식하지만, 예전 40만 마리 수준의 농장 규모로 정상화하려면 앞으로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그동안은 살처분 보상금 등으로 생활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나마 사정이 좋아 재입식을 시작했지만, 대다수 가금류 사육농가들은 언제 축산을 재개할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AI 발생 6개월이 지나도록 피해 농가들은 여전히 'AI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충북에서 AI가 발생한 농가 85곳 가운데 지금까지 재입식이 승인된 경우는 A씨를 포함해 2곳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AI 발생농가 383곳 가운데 재입식 승인을 받은 농가는 경기도 10곳, 경남 1곳, 전남 1곳 등 모두 14곳이다.

재입식을 위해 입식시험을 등을 진행하는 농가 역시 이날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43곳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농가는 아직 재입식을 위한 절차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들 농가 대부분 재입식에 들어가는 데는 적어도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AI 발생농가가 재입식을 하려면 해당 지역 자치단체와 농림식품부 검역본부의 사전 위생검사를 통과한 뒤 21일간의 입식시험을 거쳐 혈청검사 등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산란계 사육 농민은 "지금 재입식을 시작하면 9월부터 달걀을 생산하겠지만, 1∼2개월 뒤 AI의 주범인 철새들이 또 몰려드는 것이 벌써 걱정"이라며 "올해도 AI가 발생한다면 더는 닭을 키울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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