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급만 23명 피고석에…쿠데타 당일 사전 제보자도 진술 예정
결정적 제보에도 쿠데타 원천차단 실패, '방조설' 확산에 일조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작년 7월 터키에서 벌어진 쿠데타 '지휘부' 재판이 시작됐다.
앙카라법원은 22일 신잔구역에 설치한 특별법정에서 지난해 쿠데타 시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군인 209명 등 총 221명의 재판을 시작했다.
쿠데타 사범 중 최고위인 4성 장군 아큰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 여당 '정의개발당'(AKP) 중진 의원의 형제인 메흐메트 디슐리 소장 등 장성급 군인 20여 명을 비롯해 쿠데타 '지휘부' 의심을 받는 장교들이 이날 피고석에 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전 대통령의 군사 자문인 알리 야즈츠 대령도 포함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쿠데타 지휘부는 스스로를 '국가평화위원회'라 부르며 국가전복 음모를 꾸몄다.
이들은 '무력에 의한 의회 해산 모의', '무력에 의한 정부 제거 모의', '무장조직 구성', '대통령 암살 모의',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다.
피고 221명 중 200여 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터키정부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등 9명은 '도주' 중이어서 궐석재판으로 진행된다.
이날 심리에는 쿠데타 실패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제보자 공군 A소령이 증인석에서 진술할 예정이라고 일간 예니사파크 등 터키 매체들이 주목했다.
터키군 수뇌부와 정보당국이 모의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경로로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A소령의 제보다.
러시아군이 정보를 포착해 터키군에 전달했다는 초기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터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쿠데타 음모에 가담한 A소령은 쿠데타 당일 오후 2시께 국가정보청(MIT)으로 직접 찾아가 쿠데타 모의 가능성과 자신에게 맡겨진 MIT 청장 납치임무를 털어놨다.
터키군은 이를 바탕으로 병력·장비 이동제한 등 일부 대비 조처를 했고, 쿠데타 모의 수뇌부는 계획대로 병력을 동원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 제보에도 터키정부가 쿠데타를 원천 차단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방조설' 확산에 일조했다.
터키 의회는 야권을 중심으로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과 하칸 피단 MIT 청장에게 제보가 처리된 경위를 답변하라고 요구했으나 둘은 지금까지 이에 불응했다.
이날 법정 밖에는 수십명이 모여 터키 국기와 "쿠데타 순국자를 위해 사형을 원한다"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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