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헤즈볼라, 트럼프 연설 즉각 비난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러단체'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와 함께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무장 정파인 하마스, 헤즈볼라를 언급하자 이 두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이슬람권 55개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대테러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지도자들에게 "극단주의와의 싸움을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IS와 알카에다, 헤즈볼라, 하마스, 다른 많은 조직에 의한 진정한 손실은 사망자 수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며 "꿈을 잃어버린 세대들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지난 대선 유세 때 자주 사용했던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지만 이슬람권 지도자들 앞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IS와 알카에다와 같은 수준의 테러단체로 규정한 것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두 단체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 연설 내용을 즉각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대변인 파우지 바르훔은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을 잘못 설명한 것"이라며 그의 연설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연설은 트럼프가 이전의 미국 정부 정책을 따르겠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라며 "우리의 전쟁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이지 서방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 간부 사이드 하셈 사피에딘도 "트럼프 아래의 미친 미국 정부는 (우리의) 저항을 으스러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그동안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그 정부를 이끄는 마무드 아바스 수반을 팔레스타인 대표 기구와 지도자로 인정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표하는 정파나 조직으로서 하마스를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또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지지하는 헤즈볼라를 이미 테러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바스 수반과 연속해서 만나 이-팔 평화협상 재개 등을 논의한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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