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면적 40∼50㎡ 7억∼8억원대 강북 중형아파트 시세 뺨쳐
소형의무비율이 만든 기형 주택형, 저금리 타고 '황금알'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2차, 강남구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등 지은 지 9∼10년 된 대단지 아파트에는 강남권에서 보기 힘든 '10평형대' 아파트가 있다.
공급면적 40∼60㎡, 전용면적 27∼40㎡ 안팎의 이 주택형은 2000년대 초중반 서울 시내 5대 저밀도 지구 재건축 추진 당시 잠실과 청담·도곡 지구에서 기형적으로 등장한 주택형이다.
당시 서울시가 전체 건립 가구 수의 20% 이상을 반드시 전용면적 60㎡ 이하로 짓도록 하자 이런 소형의무비율을 지키면서 조합원 아파트의 면적을 넓히기 위해 일반분양분의 주택 면적을 초소형으로 줄였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 초소형 아파트가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저금리를 틈타 월세 수입을 얻으려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3.3㎡당 시세가 5천만원을 넘어선 곳이 속출하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아파트 전용 27.68㎡C형(공급면적이 42.57㎡)의 시세는 현재 6억5천만∼7억원이다.
지난 2008년 준공해 입주 10년 차에 접어들었고 방과 욕실도 각 1개뿐인 초소형 아파트인데 몸값은 웬만한 강북지역 중형아파트 수준을 뺨친다.
3.3㎡로 환산한 가격은 5천48만∼5천436만원.
이 아파트 대형이 3천330만원, 전용 84㎡의 중형 인기 주택형도 3천8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3㎡당 1천만원 이상 높은 것이다.
2005년 당시 분양가(1억9천230만원)와 비교하면 230∼260% 상승했다. 이자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한 단순 시세차익만 4억5천만∼5억원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의 분양가 대비 상승률이 110% 안팎, 중대형은 100%에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초소형 분양 계약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훨씬 높은 이득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114 시세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AID차관 재건축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2단지 전용 38∼40㎡(공급면적 51∼56㎡)는 현재 호가가 8억∼8억6천만원, 역시 3.3㎡당 가격은 5천만원을 웃돈다.
2006년 2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2억6천만∼2억9천만원대였던 것을 고려할 때 188∼208% 오른 것이다.
이보다 조금 큰 전용 43㎡(공급면적 59㎡)는 지난 4월 8억3천800만원에 실거래가가 됐고 현재 매매 호가가 최고 8억8천만원으로 올랐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역삼아이파크 전용 28.24㎡(공급면적 36.27㎡)는 현재 시세가 5억원으로 3.3㎡당 가격이 단지 내에 사장 높은 4천500만원 선이다. 분양가(1억6천775만원)대비 수익률도 198%로 전용 116㎡ 이상 대형(46∼65%)을 크게 웃돈다.
이처럼 초소형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는 이유는 강남권에서 임대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노리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잠실 리센츠 전용 27.68㎡의 경우 보증금이 3천만원일 때 한 달 월세로 120만∼150만원을 받는다. 전셋값이 4억2천만∼4억6천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월세 수익률은 연 3.7∼4.2%로 은행 이자보다 높다. 송파구는 전국에서 월세 전환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부동산 임대사업을 선호하고,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강남권 아파트는 월세 수입 외에 시세차익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아파트를 선호하는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수요가 늘었고 증여용으로도 인기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잠실 J공인 대표는 "이 동네 전셋값이 높아 부모들이 사전 증여 방식으로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초소형 아파트를 사주기도 한다"며 "당분간 임대를 놓으려는 투자자들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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