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국제정세 악화를 조건으로 달기는 했지만, 필리핀의 유일한 군사동맹 국가인 미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23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첫 러시아 방문에 앞서 러시아 관영통신 스푸트니크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정세가 악화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새로운 방위동맹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믿을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은 앞뒤가 맞지 않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른다"며 "그래서 항상 오해와 반감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그는 작년 6월 말 취임 이후 자신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하는 미국과 거리를 두며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 "외국군(미군)은 2년 안에 필리핀에서 나가면 좋겠다"며 미군 재주둔을 허용한 미국과 필리핀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물러서기도 했다.
그는 대신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고 훈련 목적도 대테러 작전과 인도적 구호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거점으로 한 미국의 중국 견제에 구멍이 생겼다.
그동안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유일하며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을 계획이 없다"고 밝혀온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묘한 입장 변화는 필리핀의 '탈미·친중·친러' 외교노선 가속화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영웅', '아이돌'이라고 부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는 25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받았지만, 미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고 싶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 필리핀의 러시아산 무기 구매 방안을 논의하고 무기 거래를 원활히 하는 군사기술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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