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이사국들, 신규제재 필요성 제기…日, 독자제재 강화 검토
정부, 제재·압박 앞장섰던 前정권과 다른 기조…국제공조에 변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의 거듭된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대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의 초강력 제재를 경고한 상황에서 북한은 14일 중장거리, 21일 준중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빈틈을 겨냥해 수위를 조절한 도발이었다.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2일(현지시간) 언론 성명을 통해 21일의 탄도미사일(북극성-2) 발사를 규탄했다. 이번 성명의 경우 지난 14일의 화성-12 발사에 대한 성명과 달리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일명 1718위원회)의 활동을 배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들어갔다.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인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추가 제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는 15일 발표한 자료에서 "영국은 더 강력한 제재를 선호한다"고 밝혔고, 프랑수아 드라트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보다 강한 신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강력한 결의 도출을 위해 안보리가 움직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그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재 결의를 채택해왔지만 단거리∼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결의를 채택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또 일본 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삼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2차 제재) 실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독자제재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강화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강화 논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질문받자 "우리 정부는 미국 등 안보리 우방국들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오고 있다"고 답한 뒤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한국이 포함되지 않는) 안보리 이사국들 간의 협의이기 때문에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언급하기는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님에도 박근혜 정부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우리 정부는 대북 제재·압박 전선의 선두에 서 왔던 만큼 이 같은 신중 기류는 이전 정부 시절의 대북 강경 기조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로 볼 수 있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에 대한 정부의 1차 입장 정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 마무리된 뒤 내달 중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의기투합으로 모처럼 형성된 미중간의 대북 압박 공조 체제 하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북핵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재·압박의 지속 또는 강화냐, 대화 국면으로의 일대 전환이냐의 갈림길에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선택에 북핵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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