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 中 친화적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美정보기관 경고일 듯"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중국 내 정보를 제공하던 현지 정보요원 20여 명이 중국 정부에 의해 살해되거나 투옥됐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관련해 중국의 방첩 능력이 미국을 앞섰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린중빈(林中斌) 전 대만 국방부 부부장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방첩 활동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 분명히 뒤쳐진다"라고 평가했다.
린 전 부부장은 중국의 정교한 스파이 활동과 방첩 노력이 지난 세기 국공내전에서 유래됐다며 중국이 이런 활동을 중시하는 것은 지난 10년 새 불쑥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깊은 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 기업을 해킹했다는 관련 보도를 상기시키면서 스파이 활동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 보안업체 파이어아이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이 2015년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커들이 더 신중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흔적을 숨기는 등 정교함이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리웨이(李偉) 대테러 전문가도 중국이 방첩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오래된 전략이라며 "(국가보안 부문) 부패 혐의자를 체포한다면 관리들이 내부 문제를 벗어나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데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2013년 외교·공안·국가안보·사법 등 부문을 통합해 당 중앙정치국에 직보하는 국가안전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이후 반간첩법과 새 국가안전법을 제정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마젠(馬健)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을 부패 혐의로 기소 방침을 공개하는 등 국가 안전 부문의 부패 근절에도 전력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라파엘로 판투치 국제안보연구 그룹장은 중국이 최근 정보 보안에 역량을 집중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간첩행위에 대한 주민들의 경계의식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판투치 그룹장은 "(NYT의 미 정보요원 살해·투옥)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국이 이런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매우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이 매우 가혹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NYT 보도가 정확하다면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정보요원 손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 건물에서 CIA 정보원이 총격을 받고 숨졌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편, 알렉스 로 SCMP 선임 칼럼니스트는 이번 사건이 2010∼2012년 벌어진 것을 고려할 때 잊혔어야 했다며 오래된 상처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은 중국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다시 강조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책 지침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서 멀어진 채 갑자기 중국에 가까워진 점이 CIA와 연방수사국(FBI)의 노련한 중국통들을 놀라게 했을 것이라며 CIA와 FBI로 대표되는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막후 권력)가 중국이 21세기에 러시아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라고 이미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10여 명의 전·현직 정보요원의 협조를 받아 작성된 NYT 보도가 중국과 밀착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경고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NYT는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전·현직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2010∼2012년 중국 당국에 의해 살해·투옥된 CIA 정보요원이 18∼20명이며 이 중 살해된 경우는 최소 12명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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