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현장 통제ㆍ근로자간 소통 부족 탓…근본 원인은 하도급 문제
(남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이달 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끼리 충돌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크레인이 부러져 3명이 숨지는 등 타워크레인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 근로자와 전문가들은 이어지는 크레인 사고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공사 현장의 통제와 소통 문제를, 그 근본 원인으로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 문제를 각각 지목한다.
타워 크레인은 무거운 상층부를 기둥(붐)이 받치는 구조다. 기둥 내부에 구조적 결함이 있거나 다른 중장비와 충돌 등 외부 요인으로 조금만 흔들려도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져 기둥이 부러지거나 휘게 된다.
수십 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크레인 기사 한 사람이 할 수 없다. 기사와 상부 작업 근로자, 하부 감독관, 주변 중장비 기사 등이 손발이 맞도록 중심을 잡고 통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근로자들 간의 상호 소통이 중요하다.
결국 현장에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거나 현장 근로자들간 호흡이 잘 맞지 않을 때, 즉 소통이 부족할 때 주로 사고가 난다는 얘기다.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손발이 맞지 않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현장 근로자들은 입을 모은다.
경기지역에서 일하는 한 크레인 기사는 "예전에는 전문 신호수가 현장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며 상호 소통을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요즘에는 신호수는 거의 쓰지 않고 무전기로만 연락한다"며 "중심을 잡는 역할 없이 공사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사는 "남양주 사례처럼 크레인을 높이는 인상작업(telescoping)을 할 때는 중심 기둥의 안전장치가 일부 해제되는데 이때 균형이 정말 중요하다"며 "작업자들끼리 수시로 소통하며 차근차근 작업해야 되는데 최근에는 소통 과정이 많이 생략된다"고 털어왔다.
경기대학교 공과대학 최용화 교수는 23일 "현장 기사의 숙련부족이나 건설현장 내 근로자나 노동조합 사이의 갈등 같은 문제 때문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소통 부족 문제는)특히 크레인 처럼 크고 무거운 중장비를 다룰 때는 치명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역시 크레인 기사들 사이에 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2014년 5월 수원 광교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고 역시 비슷한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장 근로자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 문제라고 지적한다.
크레인 등 중장비를 최저가로 입찰해 하도급을 주다 보니 업체들은 안전보다는 비용과 속도에만 신경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호수 배치 등 현장 관리 감독 체계, 작업자 간 소통 등의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다.
여기에 안전교육과 관리를 담당하는 현장 직원도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힘있게 근로자들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관계자는 "결국 하도급 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을 위한 절차는 생략하고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며 "안전까지 하도급을 주는 업계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4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인상 작업 중 크레인이 부러지면서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사고를 포함해 사망사고로 이어지거나 큰 피해를 낸 국내 크레인 사고는 지난해 6월 이후에만 18건에 이른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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