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산 주민들 "'무상거주' 고은 시인 떠나라"

입력 2017-05-23 20:03  

수원 광교산 주민들 "'무상거주' 고은 시인 떠나라"

수원시·지역 문학계는 '고은 시인 지키기'나서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수원시 상광교동 주민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고은 시인에게 떠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수원시와 지역 문학계가 긴장하고 있다.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주민들은 지난 21일 장안구 상광교동 고은 시인 주택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시민의 공간에 무상 거주하는 고은 시인은 당장 광교산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민들은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시를 쓰는 문인에게 조례까지 만들어 가며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수원시의 의도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문형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위원장은 "주민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시가 이행강제금을 매기며 단속하면서 고은 시인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주는 특혜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성에서 20여년 넘게 살던 고 시인은 수원시의 줄기찬 구애를 받아들여 2013년 8월 19일 지금의 상광교동으로 이사했다.

수원시는 민간인으로부터 사들인 광교산 자락의 주택을 리모델링해 고 시인에게 제공했다.

광교 주민들은 시가 주택 리모델링을 위해 9억5천만원을 들인데 이어 최근 4년간 매년 1천만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을 내주는 등등 시민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광교산 곳곳에 고은 시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으며, 앞으로 한 달간 집회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수원시와 수원지역 학계는 고은 시인이 혹시 주민의 퇴거 요구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수원을 떠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의 인문학적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이어서 모셔온 것이고, 시 자산에 거주하시니 시설 유지관리도 시에서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고은 시인은 수원시민을 위해 시도 많이 쓰고, 강의도 하면서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그런 분이 이번 일로 수원을 떠나는 일이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시 관계자는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가 광교정수장 해제 문제를 두고 수원시와 갈등 관계에 있어 고은 시인을 이용해 시를 공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증축과 생계를 위한 음식점 영업에 제한을 받아온 광교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광교 정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해제를 수원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가 거절당하자 수원시가 어렵게 '모셔온' 고 시인을 공격해 시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원지역 학계와 문인들은 광교산 주민들의 시위로 인해 고 시인이 수원시를 떠날 것을 우려하며 광교산 주민 설득과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김준혁 한신대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고 시인을 압박하면 광교비상취수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생각은 경우에 안 맞는 것 같다. 고은 시인은 이 일과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문인들이 나서서 주민들의 오해를 풀고 설득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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