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립군'서 천민 출신 대립군 수장 토우 역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영화 '관상'(2013)에서 수양대군을 맡았던 배우 이정재가 다시 사극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번에는 왕족이 아니라 가장 밑바닥 계층인 천민 역할이다.
영화 '대립군'에서 대립군 수장인 토우 역을 맡은 이정재는 2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작품"이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짜고 짜고 또 짜냈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대립군'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받고 군역을 대신했던 조선시대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규합하러 나선 광해와 천민들로 구성된 대립군이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면서 왜군을 물리치고 나약했던 광해가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대립군으로 모인 사람들은 다 노비예요. 산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들을 통솔하는 토우는 더 거칠어야 해요. 하지만 토우의 내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죠. 이런 것들을 표현하는 것은 그냥 연기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분장의 도움도 많이 받고 말투, 동작,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과거 해보지 않았던 것 중에서 시도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이정재는 평소와 달리 굵고 거친 저음의 목소리로 투박한 천민인 토우 역할을 소화해낸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두려움은 눈빛 연기를 통해 담아냈다.
이정재는 "토우의 두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르면 토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며 "이게 나에게는 포인트라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대립군, 백성이 결국 진정한 리더십을 만들어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현실과 오버랩된다. 정규군으로 편입되고 싶어하는 대립군들의 모습에는 이 시대 비정규직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한다.
이정재는 "광해와 천민인 대립군이 함께 의병을 모으러 다니고 전투하는 여정이 자연스럽게 광해를 왕으로까지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광해가 용기를 조금씩 얻어 왕으로 성장하듯이 토우도 국가관이 없는 인물에서 국가관이 있는 인물로 변한다"며 "이런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대립군'은 실내 세트 촬영을 배제한 채 모든 장면을 로케이션 촬영으로 담아낸 점도 눈길을 끈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 배우들이 느끼는 실제 고통과 고생을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이정재는 "의상을 입은 채 쉬지 않고 한 시간 반가량 산에 올라가서 드론 샷을 찍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며 "어느 순간 보니 다른 분들도 다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더라.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었다"며 웃었다.
'대립군' 개봉을 앞둔 이정재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인 '도청'에 캐스팅돼 7월 말~8월 초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1980년대 안기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남산'에는 주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정재는 "'남산'은 아직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중"이라며 "각색이 마무리되면 캐스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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