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설의 아버지' H.G.웰스가 쓴 세계사 개론서

입력 2017-05-23 16:54  

'과학소설의 아버지' H.G.웰스가 쓴 세계사 개론서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세기 '타임머신', '투명인간' 등을 펴내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는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1차 대전을 겪으며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1920년 '세계사 대계'(The Outline of History)를 펴냈다. 2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이후 세계의 많은 지식인에게 영향을 줬다. '함석헌 평전'에 따르면 사상가 함석헌이 웰스의 세계사 대계를 읽고 웰스의 사고에 영향을 받았고, 미국의 흑인운동가 맬컴 엑스도 자서전에서 자신의 역사인식을 새롭게 해 준 책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신간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옥당 펴냄)은 웰스가 '세계사 대계'를 펴낸 지 2년 후인 1922년 출간한 대중 역사서 '세계사 산책'(A Shorter History of the World)을 번역한 책이다. 웰스는 이 책에 대해 "훨씬 방대하고 자세하게 집필한 '세계사 대계'를 읽기 위한 개론서"라며 "세계사를 꼼꼼하게 공부하려는 의욕은 넘치지만 인류의 위대한 모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단편지식만 있어서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책은 역사책으로는 특이하게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 생명의 흔적과 어류의 등장, 조류와 포유류의 진화과정 등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한다. 런던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과학교사로 일했으며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심취했던 웰스의 배경이 반영된 부분이다.

로마 제국을 설명하면서 로마 평민과 노예들의 삶에 주목하는 등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에도 눈을 돌렸고 유럽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동양의 발전도 다루며 균형을 유지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회주의자이자 세계통합을 통한 평화를 꿈꿨던 웰스는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우드로 윌슨이 주창한 국제연맹이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해서는 "국제연맹은 너무 유약했고 무용지물이었다"라며 큰 실망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처음에 윌슨의 계획을 전 세계가 열광적으로 환영했고 정부와는 구별되는 지구 전체의 인류가 국제연맹의 창설에 기뻐했다는 사실은 역사 기록에서 분명히 강조되어야 한다"며 세계의 일치를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웰스가 전문 역사가가 아니었고 책이 20세기초에 나온 만큼 오늘날에 알려진 내용과는 다른 내용이 종종 눈에 띈다. 지구의 역사를 20억 년으로 추정하는 부분 등이다. 출판사측은 한국어판은 이런 부분에 대해 원문을 그대로 소개하고 옮긴이주로 설명을 추가하는 식으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주·전경훈 옮김. 559쪽. 2만2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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