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여당 자민당이 암 환자를 모독하는 망언을 해 물의를 빚은 당 간부를 경질했다.
자민당은 당내의 한 회의에서 흡연 규제에 반대하며 "암(癌) 환자는 일을 안 해도 된다"고 말한 오니시 히데오(70·大西英男) 도쿄도련(東京都連·도쿄도당) 부위원장(중의원)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23일 밝혔다.
오니시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간접흡연 방지책을 논의하는 당내 비공개 회의에서 '담배 연기에 암 환자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암 환자는 일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오니시 부위원장은 "내 발언이 오해를 초래해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부덕의 소치"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며 사죄했지만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경질됐다.
도쿄신문은 자민당이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 악영향을 입을까 우려해 오니시 부위원장을 경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결과에 따라 정국의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코이케' 열풍의 주역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 퍼스트(우선)회'의 돌풍이 거세 선거 판세에서 자민당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로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망언으로 낙마한 뒤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도의회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간부가 다시 낙마하는 악재를 맞게 됐다.
이마무라 부흥상은 지난달 25일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도호쿠(東北)에서 일어나서 다행이다"고 말했다가 경질당한 바 있다.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 지방창생 담당상은 같은 달 16일 "최고의 암은 문화 학예사"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3월에는 내각부의 부흥 정무관(차관급)인 무타이 ?스케(務台俊介)가 태풍 피해와 관련해 "장화업계는 꽤 돈을 벌었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가 낙마했다.
또 나카카와 도시나오(中川俊直) 경제산업 정무관(차관급)은 불륜설로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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