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새 정부 '눈치보기'…정규직 전환·일자리 확대

입력 2017-05-24 06:22   수정 2017-05-24 09:39

유통업계, 새 정부 '눈치보기'…정규직 전환·일자리 확대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유통업계가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비정규직 해소와 고용 확대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형 쇼핑시설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까 우려하면서도 일단 일자리 창출 정책 등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로서는 사업 환경은 어려워지고 고용 관련 부담은 커지는 난국에 처한 셈이다.


◇ 차별받는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많은 유통가

주요 유통기업 직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치상으로 높지 않다. 그러나 단기 계약직 근로자들과 유통업체가 직접 고용하지 않는 용역사원 등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통계상 정규직으로 분류되지만 승진이나 임금 인상 기회가 거의 없는 무기계약직 직원들도 다수다.

24일 유통업계와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롯데백화점 직원은 정규직이 5천102명, 비정규직이 301명이다. 비정규직 비중은 5.6%다.

외주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용역 인력 규모는 정규직의 약 2배 규모인 1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주차, 미화, 시설, 안전 부문에서 일한다.

현대백화점에는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이 총 2천 명 정도이며, 비정규직으로는 비서와 서무직 등에 약 200명이 있다.

그 외 계산원과 주차, 보안, 미화 등을 담당하는 도급사원이 약 4천 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계산직원, 식품 판매사원 등 비정규직 사원들을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했다. 다만 역시 주차, 보안 등의 부문은 외부 용역업체에서 맡고 있다.

대형마트에는 시간제로 일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 전체 직원 2만7천973명 가운데 무기계약직은 1천616명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전체 직원 1만3천814명 중 일반직이 4천578명, 무기계약직이 9천236명이었다.

홈플러스에서는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직원의 10% 수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처우 격차는 크다.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무기계약직도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는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유통업계 "정규직 전환 노력"…올해 채용도 확대 방침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한 만큼 민간기업의 고용 정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 확대라는 새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계열사 5천 명을 비롯한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 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이러한 내용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과 함께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다.

롯데는 작년 1만3천30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고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채용 목표를 1만5천 명 이상으로 잡았다.

신세계는 2015년에는 1만4천 명, 지난해에는 1만5천 명을 채용했다. 작년 이상 수준으로 올해도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마트위드미는 우수 가맹경영주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22일 밝혔다.

정규직으로 선발된 경영주는 기존 점포는 계속 운영하면서 본사 직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약 2천50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소폭 증가한 2천6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영업 및 지원인력 단시간 근로자를 오는 2019년 3월까지 전일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유통업계는 새 정부 출범으로 복합쇼핑몰 입지 및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시행되면 사업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각 지역에서 지역상인들의 반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대형 쇼핑시설 건립에도 애를 먹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업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확대 요구는 커지는 상황"이라며 "기업들도 노력하겠지만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고용 효과가 큰 사업들을 펼칠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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