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찾은 팬, 큰 소란 없이 귀가
(대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수장을 잃은 한화 이글스가 안방에서 대량실점하며 5연패 늪에 빠졌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8-13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한화 구단은 "김성근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은 사의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기 막판에서야 한화 구단이 사의를 수용해 김 감독과 2014년 10월 이후 31개월 동안 이어 온 인연은 이날 마침표를 찍었다.
아직 정규시즌이 100경기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사령탑의 퇴진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감독과 구단이 파 놓은 갈등의 골이 깊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화는 김 감독의 사퇴 발표 이후 부랴부랴 감독대행 찾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2011년 두산 베어스와 지난해 한화에서 두 차례 감독대행 경험이 있는 김광수 수석코치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이를 고사하고 김 감독을 따라 사의를 표했다.
이에 한화는 이상군 투수코치에게 감독대행직을 맡기고 KIA와 경기에 돌입했다.
경기 중 책상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 감독과 달리, 이 감독대행은 쉽게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했다.
한화 공격 때 나카시마 테루시 타격코치가 더그아웃 입구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 수비 때 김정준 수비보조코치가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 모두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선발 배영수가 3⅓이닝 8실점(7자책점)으로 무너진 걸 극복하지 못했다. 기대주 김범수도 1⅔이닝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타자들은 7회 말 집중력을 보여주며 대거 5득점 했지만, 패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IA 벤치에서도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6회 초 최형우가 솔로포를 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왔을 때 KIA 동료들은 큰 환호 대신 작은 박수로 축하 인사를 대신했다.
이날 선발 투수인 팻 딘 정도만 크게 포옹했을 뿐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김기태 감독 차원에서 선수단에 자제를 요청한 게 아닌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장을 찾은 팬들도 큰 소란 없이 경기를 즐기다 갔다.
2011년 김 감독이 SK 감독직에서 물러날 당시 일부 팬은 경기가 끝난 뒤 문학구장 그라운드에 난입해 유니폼을 불태우는 등의 소란을 피웠다.
하지만 이날 관중들은 경기 끝까지 '최강 한화'를 외친 뒤 귀가했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