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화전에서 큰 점수 차로 앞서가다 추격 허용
(대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을 설명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형님 리더십'이다.
큰형은 집에서 동생들에게 애정이 어린 쓴소리를 할 때가 있다. 동생들이 바른길을 걷기를 바라서다. 대신 동생들이 밖에서 손가락질받는 건 못 참는다.
그래서 김 감독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수들을 좀처럼 질책하지 않는다. 대신 그라운드에서 선수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체면은 신경 쓰지 않고 보호에 앞장선다. 김 감독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필요할 때는 기자단 앞에서도 쓴소리도 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친 우완 투수 김진우를 두고 그랬고, 상대의 끈질긴 추격에 고전한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도 그랬다.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와 3연전에서 올해 두 번째 3연패를 당한 KIA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2위 NC 다이노스에 2경기 앞선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마침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하고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렀다. KIA는 어수선한 상대를 두들겨 4회까지 10-0으로 앞섰다.
그때부터 한화의 추격이 시작됐다. KIA는 6회와 7회에도 점수를 더해 13득점을 올렸지만, 불펜 투수들이 흔들린 가운데 7회 말 윌린 로사리오에게 3점 홈런을 내줬다.
급기야 9회 말에는 김태균에게 2루타, 로사리오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13-8까지 쫓겼다. 무사 1루에서 한승혁이 타자 3명을 돌려세워 경기를 마쳤지만, 경기 중반 점수 차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승리였다.
선발 팻 딘의 6이닝 2실점 호투와 최형우의 홈런 포함 3안타 활약 등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경기 후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짧은 말만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KIA는 29승 16패로 여전히 단독 1위다. 흔히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고, 잡는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올해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할만한 전력을 갖췄다.
'승부사' 김 감독은 순항 중인 팀에서 동시에 위기를 읽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주마가편)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해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KIA는 24일 한화전에서 승리하면 10승과 20승에 이어 30승까지 선점한다. 30승 선점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53.6%(28차례 중 1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딱 절반(28차례 중 14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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