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이 주유엔 중국대사 "대화로만 북한문제 풀수 있다" 강조
中 "北 6차 핵실험 하지 않았다" 긍정 평가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갈수록 '대화'에 무게가 실려 주목된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정상회담' 이후 미중 공조의 흐름 속에서 제재를 강조하던 분위기와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달 북한의 제6차 핵실험 강행 의지에 맞서 미국이 칼빈슨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을 동해로 파견함으로써,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빠져들었던 이른바 '4월 위기'가 지나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대응을 유지하면서도 대화 의지를 비치자 중국이 부쩍 대화를 강조하는 기색이 보인다.
국제사회의 잇따른 제재 경고에도 북한이 지난 21일 오후 평안남도 북창 일대서 '북극성 2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중국의 이런 태도가 역력하게 드러났다. 회의 참석국 다수가 추가제재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제재가 아닌 대화를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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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대응에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의 중국 태도를 전했다.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비상임이사국인 일본의 벳쇼 고로(別所浩郞) 유엔대사가 더 강력한 제재 결의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중국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맞받아쳤다고 SCMP는 소개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현재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인 의지에 달렸다"면서 "대화가 매우 중요하며, 대화를 통해서만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1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화성-21' 발사 대응방안에 대한 16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중국은 북한 도발을 규탄하고 추가 제재를 경고하는 언론성명 채택에 찬성하고도 17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선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안보리 결정에 따른 제재와 평화적 방식의 해결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4월 위기설 이후 중국이 대북정책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이 수차례 미사일 도발에도 6차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대화국면으로의 상황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듯 하다"고 기류를 전했다.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거칠게 몰아부치던 중화권 매체들도 근래 대화 강조로 기울었다.
중국이 대북제재·압박으로 북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원색적인 비난에 맞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이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지속하는 북한에 대해 외부 침략을 받더라도 군사적 지원을 해선 안 된다며 맹비난했던 분위기는 수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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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최근 보도를 통해 북한이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아직 6차 핵실험은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미중 공조의 성과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신문은 북한이 한미 양국과 외교협상을 벌일 외교위원회를 복원했을 정도로 대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회를 놓치면 한반도 상황이 위급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새 정부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할 의지를 표명하는 점도 중국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신호를 주시하고 있다. 남북 간 접촉 강화와 교류 증진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남북한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걸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근래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강조 기조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의 해법은 변하지 않았으나, 북한을 대화의 장(場)으로 유도하기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정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한 중국으로선 기존 결의는 이행하면서도 추가 제재를 차단, 북한을 더는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대화 재개의 틀을 마련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2000년대 초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장을 마련해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중국이 다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북한은 물론 한미일도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미사일 발사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한미일 등은 이런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중국의 이런 대화 재개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베이징의 다른 외교 소식통은 "아직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외부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대화재개를 위해서는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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