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 중추 역할 기대되는 사우디

입력 2017-05-24 11:26  

중동 평화협상 중추 역할 기대되는 사우디

트럼프, 사우디에 이-팔 평화 중재역할 맡겨

걸프 지도자들 이스라엘 인식에 변화…긍정 여건 조성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에 주력할 뜻을 밝히면서 중동의 전통적 균형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니 이슬람권의 맹주인 사우디가 반(反)이란 연대의 선봉에 서서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팽창을 견제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서 핵심 중재역할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취임 첫 외국 방문국으로 사우디를 택한 것도 그런 중추 역할을 사우디에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의 발상지로 이슬람 최대 성지가 있는 사우디는 아랍·이슬람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정통성과 위상을 누리고 있다. 또 막대한 원유 재정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아랍권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불러모아 정상회담을 열 정도로 정치·외교력도 막강하다.

사우디는 지난 15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랍 세계가 참여하는 평화 구상을 추진했지만, 이스라엘의 미온적 반응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는 이스라엘과 걸프 아랍국들이 최근 비공개 접촉을 늘리면서 전략적 제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사우디의 중동평화 중재 경험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해를 두루 수용하는 새로운 중동정책 골격을 제시했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해 수니 아랍권 연대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약속도 내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어떤 역할을 맡기로 합의했는지, 또 이스라엘이 아랍권에 수용 가능한 제안을 내놓을지 분명치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중추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아랍 이슬람국 지도자들에게 사우디를 대 테러전쟁과 반 이란 연대의 핵심 동맹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15년 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독자 중재안인 아랍평화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2002년 아랍연맹 22개국이 채택한 평화 구상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으로 철수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건설하며,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의 거부로 평화 구상은 당시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15년 평화안의 긍정적 부분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스라엘 정치권이 우경화하면서 관심이 사라졌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위상 약화와 내부 분열로 평화 기운이 식어 버렸다.

그러나 최근 걸프 국가들의 젊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경제·안보 정책 분야 역할을 인정하는 등 인식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사우디의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제2왕위계승자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왕세자를 비롯한 젊은 지도자들 사이에 이스라엘을 현실적인 파트너로 보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오래전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집트와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공조로 시나이 반도와 시리아에서 테러단체 격퇴 작전을 벌이고 있다.

UAE는 아부다비 소재 유엔 국제 재생가능에너지 기구에 이스라엘 외교관의 주재를 허용했고, 전직 사우디 관리들은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학회에 수시로 참석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이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로부터 보안, 농업, 의료 분야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NYT는 걸프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공동의 적을 상대하는 데 있어 이스라엘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으며, 안보·상업 분야에서 비공개로 제한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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