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박물관 관람객 휴게공간으로 사용하라며 정자를 지어 자치단체에 기증한 주민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속초시에 따르면 금호동에 거주하는 조규정(84) 씨는 최근 속초시립박물관 내 발해역사관 주변에 정자 한 채를 지어 시에 기증했다.
조씨가 기증한 정자는 육각형의 기와지붕에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목조건물로 기둥과 처마에는 화려한 단청까지 입혀져 운치를 더하고 있다.
조씨가 사재를 털어 정자를 지은 데는 지역사회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이 숨어 있다.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자를 짓기로 한 조 씨는 속초 시내 여러 곳을 물색한 끝에 시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도 많이 찾는 문화공간인 속초시립박물관을 건립 장소로 정하고 지난해 12월 공사에 들어가 지난달 말 준공했다.
착공에 앞선 지난해 11월 조 씨는 속초시에 정자 기증 의사를 밝혔고 이에 시는 기부심사위원회와 공유재산심의회를 열어 조 씨의 정자 기증을 수락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대한상이군경회 양양지회장을 역임하는 등 참전유공자들의 권익보호와 복지향상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한 조 씨는 어렵게 생활하며 모은 재산을 희사해 정자를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시립박물관은 "조 씨가 정자 건립에 얼마나 투입됐는지 밝히기를 싫어해 구체적인 희사금액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종천 학예담당은 "조 씨의 정자 기증에는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며 "이런 뜻을 관람객들이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자 기증을 받은 속초시는 오는 26일 오전 시립박물관 현지에서 정자기증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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