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략비축유 10년간 절반 매각…OPEC 감산노력에 찬물

입력 2017-05-24 15:09   수정 2017-05-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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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략비축유 10년간 절반 매각…OPEC 감산노력에 찬물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향후 10년간에 걸쳐 전략비축유(SPR)의 절반 이상을 매각한다는 방침이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는 2018회계연도부터 10년 동안 2억7천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인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매각은 2018회계연도가 개시되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

행정부는 비축유 매각을 통해 1차연도인 2018회계연도에 5억 달러를 확보하고 해마다 단계적으로 매각 규모를 늘려 최종 연도인 2027년에는 39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0년간의 전체 매각 대금은 166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축유 추가 매각은 의회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에서 이미 정부의 정책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의 비축유 매각을 승인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축유 축소 노력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시작됐고 2015년과 지난해에 의회는 3차례의 표결을 통해 비축분의 약 27%에 해당하는 1억9천만 배럴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1975년 아랍 산유국들의 원유 금수조치가 단행되자 미국 의회가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해 조성한 것으로 국가별 비축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미국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의 지하 동굴과 탱크에 총 6억8천700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하고 자연 재해 혹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긴급히 방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들에 전년도의 순수입량 기준으로 90일분에 해당하는 석유를 비축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현재 미국의 비축분은 145일분에 해당한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 발발과 201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멕시코만 유전의 생산 중단, 2011년 리비아의 생산 차질을 이유로 3차례에 걸쳐 비축유를 긴급히 방출한 전례가 있다.

미국이 비축유의 절반 이상을 매각하는 것은 셰일 석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생산량이 지난 5년간 49%가 늘어난 덕분에 비축유 운용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매각 규모는 하루 기준으로 9만5천배럴이어서 중형 유전의 생산량과 비슷하고 미국 전체 생산량과 비교하면 1%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미국의 수입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미국의 원유 수입은 10년 전만 해도 하루 1천만 배럴에 달했으나 셰일 원유 개발 붐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로, 한때 하루 700만 배럴 수준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미국의 비축유 매각은 재고 축소를 위해 감산 합의를 9개월 더 연장하려는 OPEC 각료회의를 목전에 두고 나온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공급 초과 상태인 시장에 비축유가 쏟아진다면 유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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