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주류언론의 고민'…INMA 세계총회 5대 화두

입력 2017-05-24 16:13  

'위기 속 주류언론의 고민'…INMA 세계총회 5대 화두

디지털와해·AI·수익 다각화·네이티브 광고·가짜뉴스

"혁신 못 따르면 아이폰에 무너진 블랙베리 전철 밟을 수도"

(뉴욕=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가 22~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2017 세계총회'의 첫번째 공식 행사는 하버드대 교수의 '마케팅 강의'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 슈피겔 등 세계적인 주류 언론사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최근 미디어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정통 저널리즘이 아닌 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돈벌이'임을 가감없이 보여준 셈이다.

현직 언론인과 대학교수, IT업계 관계자 등 이번 총회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20여명의 전문가들은 주류언론의 혁신 노력을 놓고 호된 질책과 함께 다양한 생존 전략을 조언했다.


◇ "디지털와해 물결에 적응하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텔리스 테세이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산업 전반에서 이른바 '디지털 와해(Digital Disruption) 물결'이 3차례 밀어닥쳤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면서 시장이 갈가리 쪼개지고,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서고, 소비자의 모든 행동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계속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가령 비디오게임 시장에서는 단순히 게임기나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남이 하는 게임을 보여주는 미디어업체가 생기거나 '스팀'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게임유통 플랫폼이 등장하는 식이다.

테세이라 교수는 이런 현상이 뉴스미디어 산업에서도 예외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언론계는 이런 디지털와해 물결에 대한 대응이 늦다"면서 "그걸 인정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세대에서 승자는 항상 소비자"라며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언론의 혁신을 강조했다.






◇ "블랙베리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미래학자인 에이미 웹은 주류언론에 대해 "앱 개발이나 웹사이트 디자인 개선에 투자하기보다는 세상을 바꿀만한 기술에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컨설팅업체 '퓨처 투데이 인스티튜트'의 설립자인 웹은 특히 주류언론의 최대 경쟁자로 IBM,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아마존 등 7개 IT업체를 꼽으면서 그 이유로 이들이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언론은 AI가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예상하면서도 흥미 위주의 VR(가상현실) 등에 관심을 기울일 뿐 실제로 AI와 관련해서는 행동하지 않고 있다.

그는 "과거 최고의 휴대전화로 추앙받던 블랙베리가 애플 아이폰에 얼마나 빨리 무너졌는지 생각해보라"면서 "모든 언론이 같은 꼴을 당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유행하고 있는 것을 따를 게 아니라 훨씬 더 앞을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미래 먹거리를 찾아라'…수익 다각화

이번 총회에서는 기사콘텐츠, 광고 판매 등과 같은 기존의 미디어산업 수입원을 과감하게 탈피한 언론의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포브스미디어, 싱가포르프레스홀딩스(SPH) 등은 기사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핵심 사업에서 벗어나 더이상 미디어기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문어발식' 경영을 통해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자평했다.

포브스미디어의 마이크 페더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출판과 방송은 물론 교육, 부동산, 여행, 금융서비스, 오락, 소프트웨어 산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SPH의 앤서니 탄 최고경영책임자(CEO) 대행도 싱가포르신문 발간 외에 부동산, 교육, 이벤트,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2006년에는 미디어 관련 매출이 89%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74%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 네이티브 광고와 기자윤리

언론계에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뉴욕타임스는 기사와 유사한 형태로 게재되는 광고인 '네이티브 광고(native ads)'를 전담하는 '콘텐츠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에 광고시장의 상당 부분을 뺏긴 주류언론들에 네이티브 광고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추세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기자가 기업홍보를 위한 광고를 기사로 작성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언론 윤리'의 문제가 개입되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이에 대한 언론의 고민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고, 결론은 예상대로 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네이티브 광고를 통한 광고주 및 독자들과의 소통 강화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디 애틀랜틱'의 헤일리 로머 부사장은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형식보다는 감성"이라고 말했다.



◇ 페이스북과 가짜뉴스

정통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번 총회에서 이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구글과 함께 언론의 '적'으로 꼽히는 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의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미디어 담당 책임자인 패트릭 워커는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공유가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논란이 된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워커는 "가짜뉴스를 둘러싼 논란과 토론이 페이스북의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는 앞으로 수개월, 수년에 걸쳐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참석자는 "페이스북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한 10가지는 결국 '이용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고, 그 이후 노력도 구체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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