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방송 "폴란드. 창기병대로 독일 탱크와 맞섰다" 보도로 곤욕

입력 2017-05-24 16:06  

美방송 "폴란드. 창기병대로 독일 탱크와 맞섰다" 보도로 곤욕

폴란드, CNBC 보도에 "나치 선전 재탕… 당시 독일 탱크는 없었다" 발끈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폴란드 창기병 부대가 나치 독일의 탱크 부대에 맞선 적 없다"

워싱턴 주재 폴란드 대사관이 23일 성명을 통해 미국 방송의 보도를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그리고 방송의 이러한 보도는 '나치 독일의 선전을 재탕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보도가 폴란드의 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CNBC 방송의 금융프로그램인 '매드머니'는 지난 11일 온라인 판매업체들에 맞서 고전 중인 메이시 백화점 상황을 전하는 가운데 "메이시가 마치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탱크에 맞섰던 폴란드 창기병 부대와 같은 처지"라고 빗댔다. 그리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진행자 짐 크래머가 무심코 던진 비유였지만 당사자인 폴란드의 입장은 달랐다. 역사적 사실의 왜곡과 함께 그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해온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의 역할에 대한 '분노'가 방송 보도를 계기로 점화했다.

1939년 9월 나치 독일이 전격적으로 폴란드를 침공한 첫날 고색창연한 폴란드 창기병대는 나치 독일의 현대식 부대에 맞섰다. 폴란드 기병대는 독일군 보병부대로 돌진해 일단 그들의 전열을 깨트리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기관총을 장착한 독일군 장갑차량의 반격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밀려났다. 그러나 기병대의 희생적 돌진은 독일군의 진격을 지연시키고 다른 폴란드군이 퇴각할 시간을 벌어줬다. 그러나 첫날 전투에서 독일군 탱크는 없었다.

그러나 나치는 폴란드 창기병대와 싸운 첫날 전투를 독일군의 기술적 현대성과 전술적 우월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선전했다.

폴란드 측은 '나치 기갑부대에 맞선 창기병대'라는 신화에 대해 2차 대전 중 폴란드의 실제 활약상을 깍아내리는 기도라며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전쟁사가인 벤 매킨타이어는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를 거두는 데 폴란드의 기여가 지대했으며 아마도 결정적이기까지 했다"면서 "그러나 오랫동안 냉전 정치 논리에 의해 이에 대한 평가가 불명예스럽게 절하돼 왔다"고 지적했다.

나치 독일군의 암호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데 폴란드인이 기여했고 약 25만 명의 폴란드군이 2차 대전 중 영국군으로 복무했으며 폴란드 국내에서도 약 40만 명이 게릴라전으로 나치에 항거하는 등 나치 독일군의 전력을 약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구식의 창기병 부대가 나치군 탱크에 맞섰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이다.

폴란드 대사관은 "주류언론이 시청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나치의 낡은 선전을 재탕해서는 안 된다"면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크래머에게 '몰지각한 비유'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당사자인 크래머는 이에 대해 24일 트위터를 통해 "죄송하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약소국들의 현대사에 대한 역사에 정확지 못한 비유를 인용했다 곤욕을 치른 셈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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