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여는 하태임 "원색 대신 연한 색…선택에 변화 줬죠"

입력 2017-05-24 16:25  

개인전 여는 하태임 "원색 대신 연한 색…선택에 변화 줬죠"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26일부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추상화 '통로'(Un Passage) 연작으로 알려진 서양화가 하태임(44)이 2년 만에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하태임의 작품은 '통로'라는 정식 명칭보다 '컬러밴드'(Color Band)로 더 유명하다. 소통을 상징하는 컬러밴드는 약간 휘어진 두꺼운 색띠를 말한다. 그의 그림에는 화려한 색상의 컬러밴드들이 난무한다.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6일 시작되는 이번 개인전에는 작가가 지난 2년간 그린 '통로' 연작 20여 점이 나왔다. 그는 24일 열린 간담회에서 "예전 작품과 똑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모두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색을 선택할 때 힘을 뺐다"며 "과거에는 강렬한 원색을 선호했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에는 연하고 자연스러운 색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느껴지는 신작은 컬러밴드의 색을 한두 가지로 통일한 작품들이다.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알록달록한 기존 작품과 달리 몇몇 그림은 하늘색, 연두색, 노란색만을 썼다.

작가는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삶의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며 "어느덧 평온한 마음을 지향하게 됐고 집중력도 생겼다. 그에 따라 색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출품작 중에는 컬러밴드의 물감이 흘러내린 그림도 있다. 캔버스를 눕히지 않고 세워서 그린 결과물이다.

그는 이 작품을 '일탈'이라고 표현하면서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그리면 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간다"며 "물감이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컬러밴드는 붓으로 한 번에 그린 듯하지만, 물감을 묽게 칠하고 말렸다가 다시 칠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완성된다. 그래서 그는 그림 그리기를 '수행'이나 '고행'에 비유한다.

작가는 "작업실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며 "목 디스크 때문에 숟가락을 들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도 있지만, 물감을 올려놓을 때는 고통스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태임은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서양화가인 하인두(1930∼1989)의 딸로 모친인 류민자는 동양화가, 동생 하태범은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는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렸지만 무거운 느낌이었고, 나는 오래 그리지만 가벼운 색감을 추구한다"며 "아버지의 그림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우리 부녀의 화풍은 다르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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