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유화파 학자' 김기정·문정인, 차장·특보 기용
대북 제재·압박 주도한 외교부, 정책 결정권 중심서 밀려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장관(이상 지난 21일 발표)에 이은 24일 안보실 차장 인선 발표로 큰 틀이 드러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 수뇌부 인선에서는 대화파 약진과 현직 외교관 배제가 두드러졌다.
우선 외교정책과 통일 정책을 관할하는 2차장에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선임한 것은 같은 학과 명예 특임 교수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임명과 함께 이번 외교안보 라인 인선의 '포인트'로 볼 수 있다.김 차장과 문 특보는 국제정치 학계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대북 유화파)로 꼽힌다. 제재·압박 일변도의 박근혜 정부 후반기 대북정책에 비판적이었고,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병행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문 특보는 최근 특보에 임명된 후로도 북한의 2010년 천안함 공격에 대응해 남북교역을 차단한 5·24 조치 재정비를 거론하는 등 남북 교류·협력 복원에 의지를 보여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공약했지만, 외교·안보 라인의 인선을 보면 대화와 관여 쪽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두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 제재·압박을 주도한 외교부 현직 관료들의 배제도 눈에 띈다.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도 외교관 시절 다자외교 및 국제기구, 인권 등의 전문가였고, 한국을 10년 이상 떠나 있었다.
또 정의용 안보실장의 경우 외무고시를 패스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나 십수년전에 관료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 활동했고, 현직 시절 전공 역시 통상 분야로, 현재 한국 외교의 핵심 현안인 북핵, 한미·한중관계 등과는 거리가 있다.
정 실장과 강 장관 후보자 인선 직후 외교가에서는 외교부를 관할하는 안보실 2차장은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에 정통한 엘리트 외교관료 출신이 발탁되지 않을까하는 예상이 나왔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결국 대북정책 등 핵심 외교정책 결정의 중심에서 외교부는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9년 동안 대북 제재·압박 일변도의 기조가 몸에 밴 외교부 현직 관료들은 당장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는 운전석에 앉기보다는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김기정 차장이 차장 인선 발표 직전인 24일 오전 위원장으로서 외교부 간부들을 불러놓고 주재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 회의에서도 지난 정권시절 외교부의 제재·압박 일변도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나왔고, 토의에서도 제재·압박보다는 비핵화 대화 재개 유도 방안에 무게가 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외교안보에 관한 정책 결정에서 사실상 외교부가 소외되고 청와대가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력 구조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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