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청와대 비서동 내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이 24일 설치됐다. 일자리 상황을 나타내는 취업자 수, 청년실업률, 창업법인 수, 임금 격차, 근로시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자리 상황판은 일자리위원회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일자리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상황판을 직접 조작해 본 뒤 "일자리 정책이 최고의 성장전략이자 양극화 해소 정책이며, 복지정책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각 부처, 지자체, 민간 부문과 협력해 좋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배석한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에게 당부했다. 일자리 문제를 풀지 않고는 새 정부의 어떤 정책도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에는 대선 공약 이행을 넘어서는 상징성이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새 정부의 각오를 이보다 더 실감 나게 보여주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은 "올해 4월 청년실업률이 11.2%에 달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것"이라면서 "청년실업은 구조적인 이유라서 청년들의 고통이 오래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시장의 일자리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의 실패'라는 표현에 문 대통령의 생각이 압축돼 있는 듯하다. 기업에 맡겨 놓기에는 청년실업 문제가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상당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우선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이 6월 안에 마련된다고 한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만든다는 공약 이행의 밑그림이 한 달 후면 나온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필요한 일자리 추경안도 내달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올해 공공부문 충원에는 4조2천억 원이 소요될 듯하다. 사실 이 구상은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황에서 선택한 궁여지책일 수 있다. 공공부문 채용 확대로 소득 중심 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마중물을 대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구조적으로 심화한 이 문제에 일단 숨길이라도 틀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공공부문이 일자리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될 수 없다. 아무리 비상대책이라 해도 공공부문이 너무 비대해지면 도리어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공공 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고용 등이 필요하지만 방만 경영 문제도 당연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나 '방만 경영'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건 온당한 태도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기업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의 언급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 위원장은 "국내 대기업 100개 중 80개꼴이 상속받은 것인데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노쇠해졌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상속자의 나라에서 창업자의 나라로 바꿔 경제에 젊은 피를 수혈해야 젊은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는 중소기업청 업무 보고에서 나온 발언이다. 일자리 해법을 창업과 중기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합리한 갑을 관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확연히 기울어진 지금의 운동장을 그대로 둔 채 중기를 키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 만큼 건강하고 공정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에 앞서 중기와 벤처에서 일자리 해법을 찾겠다는 것 자체가 높이 평가할 만한 발상의 전환이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끝까지 밀어붙여 국민의 큰 박수를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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