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휠체어 타고 지옥 지나는 느낌…큐플랜 '피어 더 휠체어'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가능성 있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얘기할 때 흔히 거론하는 2가지 장르는 성인물과 공포물이다.
두 장르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짧은 시간에 몰입감을 높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래부터 얼마나 실감 나는지가 관건인데, VR은 그 실감을 배가하는 데 가장 알맞은 기술이다.
360도 카메라로 촬영된 성인물은 유튜브에서 '우동'(야한 동영상의 은어) 같은 키워드로 손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공포물은 제작이 드물어 접하기 어렵다.
그런 와중에 직접 체험한 VR 공포영화 '피어 더 휠체어'(Fear the wheelchair)는 충격적이었다.
충남 서천의 한 폐병원에서 실사로 촬영된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휠체어를 타고 살인마와 괴물이 곳곳에 숨어있는 지옥 같은 공간을 한없이 헤매는 내용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기반으로 한 점, 의미 없는 풍경이 아닌 시나리오에 의한 스토리 라인을 담은 점, 휠체어 모양으로 특수 제작된 움직이는 의자 위에 앉아 4차원(4D)을 느낄 수 있는 점 등이 기존 VR 공포물과 달랐다.
굳이 휠체어를 소품으로 이용한 것은 이동할 때 거의 흔들리지 않아서 VR 영상 특유의 어지러움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망설임 끝에 바이브 VR 뷰어와 헤드폰을 쓰자 '심약자, 노약자, 임산부 등은 절대 관람할 수 없다'는 경고문으로 영화가 시작됐다.
어두운 공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휠체어에 정말 앉아있는 것처럼 오싹한 인트로가 이어졌다. 날 선 비명이 아련하게 들리는 배경 음향 덕분에 이내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휠체어가 긴 복도를 지나며 여러 방을 들를 때마다 방 안에서 살인이나 고문 장면 같은 지옥도가 펼쳐졌다. 좁은 공간에 실제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아 자꾸 돌아보게 됐다.
10편까지 기획된 피어 더 휠체어는 현재 3편까지 제작됐다. 각 5분 남짓한 1∼3편을 차례로 보는 동안 그리 덥지 않은 온도의 실내에서 등이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잔뜩 힘을 준 탓에 목이 조금 뻐근해지기도 했다.
아직 미흡한 하드웨어 성능으로 영상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이런 식의 공포물은 VR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니아층이 탄탄하고, 성인물보다 훨씬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기존 지식재산권(IP)을 리메이크 할 여지도 있다.
피어 더 휠체어는 영상 제작 전문업체 큐플랜이 만들고 VR 플랫폼 두리번이 제공한다. 이달 25∼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게임 전시회 플레이엑스포에서 대중에 공개된다.
두리번 부스를 방문해 '정신적 충격을 받더라도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동의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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